[단상단편] 베네로데 16번가 모퉁이

by 유이지유

[베네로데 16번가 모퉁이]


베네로데 16번가 모퉁이 길에 그대가 서 있네.


*

다른 나라의 거리였던 베네로데 16번가가 정부에 속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 전의 일이 아니다.

베네로데 거리의 표지판은 다른 나라 시절에 쓰던 이름 그대로 쓰여 있었다.


‘베네로데 16아탁로싸 500알도트’


그대는 그대 나라 글씨임에도 그것이 무엇을 가리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표지판을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의미를 해독할 수가 없다.

그대가 가려는 방향을 가리키는 것인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그대는 표지 앞에서 주구장창 서 있다.

나아가지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표지판에 기대어 있다.




표지를 알 수 없는 표지판은 그대가 마주한 현실이다.


*

베네로데 거리의 한복판에 멈춰 서 있다.


보라!

그대를 곁눈질하는 이가 저들끼리 뭐라고하며 지나간다.

그들만의 언어로,

그들만의 방식으로,

그들만의 삶을 향유하는 베네로데 거리에서

그대는 삶을 다시 시작해보려 했다.


그러나 베네로데 16번가의 원주민인 아닌 그대는 여전히 그림자만 늘이고 있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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