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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지유 Mar 13. 2024

[트러스트] 독서산책

2024.03.13

삼일절 아침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 책이라 상호대차했다. 

소설책에 집중하기 힘든 시기이다. 

관심을 가서 빌렸으나 대충 훑다가 다 못 읽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래도 펼쳐 보는 게 어디인가, 책 읽기가 꼭 본문만 읽는다고 다는 아니잖아. 

아무튼 그런 상태로 넘기기 시작했는데, 초집중 빠져서 한 챕터를 다 읽었다. 

그러고도 다음 챕터가 더 궁금해졌다.


읽으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문장이 너무 아름답다'였다. 

넘길 때마다 눈길이 가는 문장을 곱씹고 있었다. 


'문장이 너무 아름답다'는 게 무슨 의미일까?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책에서 묘사하는 이미지가 분명하게 전달되기 때문이겠지? 



별로 할 일도 없고, 달리 갈 곳도 없는데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이런 잡생각에 따땃한 방바닥에서 이불을 들썩거린다. 

커피 한 잔 하며 다시 [트러스트]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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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좀 힘들었네. 

어떤 결말에 다다를지... 매듭짓고 싶어서 눈도 침침 잘 안 보이는데 무리했다. 

'아, 내 안구...'

완독은 했으나, 무슨 말과 생각을 남겨야 할지 모르겠다. 



제목이 ⁑trust [trʌst] n.  

a) � 신뢰, 신용, 신임《in》; 강한 기대, 확신《in》

b) � 신용〔신뢰〕할 수 있는 사람〔물건〕; 의지하는 사람〔것〕

c) � 《古》 신뢰성, 충실함, 의지가 됨, 기대, 소망《in; thɑt》


분명 시공간에 사람과 사건은 있었다. 

그러나 각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들은 어떤 것도 진실은 아니며 믿을 수 없다. 

자신의 기대와 소망에 의해 각색되어진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고 굳건히 믿었던 일조차 희석하고 각색한다. 

원래부터도 불분명한 것을 또 자신의 입장에 맞추어 해석할 뿐이다. 


모든 것이 불분명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무엇에 의지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각이 정리되려면 좀 걸리겠다.  


그나마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다. 

포착된 기록 속에만 내가 있다. 

결국, 자기 비하와 자기 연민의 양념으로 희석되고 각색될 테지만...


나의 2024년의 '3월 1일'이란 이런 것이다. 105주기인가? 

나의 선조들, 동포가 셀 수 없는 피눈물을 흘렸기에 기념하게 된 날이다. 

그들의 오늘은 참담하고 또는 생이 끝났던 날이다. 

나의 오늘은 참으로 안온하다. 

얼굴 하나, 이름 하나 기억되지 못하고 스러져간 수많은 이들의 희생으로 누리는 안온함이다. 

내가 그들처럼 희생의 극단에 내몰리지 않았음을 축복해야 할까? 

 

이토록 안온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충분히 누리자. 

누리고 싶었으나 누리지 못한 이들의 몫까지!


2024년 3월 1일 [트러스트]를 푹 빠져서 읽고 

몇 줄의 기록을 남기는 나는 ‘트러스트’이다. 

실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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