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시간들이 끝없이 어디론가 향해 간다.
일초의 어김도 없이 째깍째깍 잘도 흘러간다.
어림짐작도 할 수 없는 어딘가 머나먼 곳으로.
그곳으로 가보자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고자 했던 것일까?
멀어진 돌길 위에서 묻는다.
가고자 하는 곳으로 이어져 있지 않을지도 몰라 주춤 뒤를 돌아본다.
째깍째깍 뒤따르는 초침 소리에 쫓기듯 가려는 곳도 잊고 서둘렀다.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가고 가다 보니 말을 듣지 않는 부은 몸이라서 길 위에 잠시 앉는다.
돌길 위로 내리 앉는 불빛들,
눈가를 비벼보아야 비치는 세상을 흐리멍덩하기만 하다.
깨지 않을 꿈속을 헤매고 있을 것인지도 모르겠다.
가고 가다 두 번 다시 깨지 않고 산산이 흩어질 꿈이라도 좋다.
오도카니 앉은 서쪽 너머로,
오늘의 노고도 덧없이 사라질 것이다.
누가 알기나 할까?
누구도 알지 못하는 길을 걷는 자가 내일도 끌어안고 마는 열망을...
어리석다!
부나비처럼 저 죽더라도 버리지 못해 내일도 길을 나설 것이다.
시간은 제아무리 아름다운 것도,
곧 선홍 핏빛을 토해내며 검게 소멸시킨다.
붉은빛 스산히 흩어지는 돌길에 앉아, 짭조름한 맛을 삼킨다.
.. 조금만 쉬다가 일어나자. 그리고 조금만 서두르자.
너무 늦어 시간에 발목 잡히지 않도록...
뼈 속까지 스미는 한기를 여미고 저 너머로 발을 뗀다.
하나둘 불이 켜지는 돌길 위에
그림자 하나가 길어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