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마음에 그리는 물결

by 유이지유

그림자처럼 드리워진 두려움이 달라붙어서 마음에 감옥을 지었다.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진 두려움이 너를 밀어내게 했다.

잃는 고통을 또다시 감내할 자신이 없어서 너를 놓기로 했다.

심장을 버리는 것이 너와 나를 위한 최선이라 믿었다.

한 번 어긋난 것을 되돌릴 길은 없다 믿었다.


이 믿음은 지금도 유효하다.

허나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말해 줄 수 있는 것이 있다.


어긋난 것을 되돌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어긋난 것은 어긋난 대로 두면 그만이었다.


마음에 그리는 물결이 반드시 같을 필요는 없다.


영원한 행복은 허상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생겨 먹지 않았다.


일희일비하는 것이 우리네 삶인 것을!



어리석음에 상처 주고 거친 말과 행동으로 서로를 상처 주었던 나날도 하나의 물결이다.

삐뚤빼뚤한 걸음걸이를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그것도 하나의 길이다.

어긋난 것들도 인생이란 길 중의 한 걸음이었던 것이다.


삶은 그렇게 이어지는 것이다.

그림자처럼 떼어낼 수 없는 공포라면 동무하는 수밖에.



두려움이 짙은 까닭은

밝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밝음을 등지고 뒤따르는 그림자를 마주하며 걸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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