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단편] 이야기의 주인공

-암흑과 절정

by 유이지유

[단상단편] 이야기의 주인공



자신이 콘크리트 바닥에 눌어붙은 껌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때 삶은 암흑이다.

빛 하나 들지 않는 암흑기다.


수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도 끝장이 났고, 더 이상 어떤 의지도 피어오르지 않는다.

병들고 지친 낡은 몸과 마음.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날에 남은 것은 이제 하나뿐이다.

삶을 끝장내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

이런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실행을 미루는 이유는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도 귀찮기 때문이다.



그런데 암흑뿐인 인생을 이야기로 펼쳐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이야기로 그려지는 삶은 더없이 흥미진진하다.

시련과 좌절로 점철된 암흑기를 이야기로 비유하자면, 클라이맥스!

주인공이 사느냐 죽느냐의 하이라이트!

‘기승전결’의 전, 즉, ‘절정’에 해당한다.

가슴 떨리는 인생의 절정, 이야기의 핵심부인 것이다.


온갖 수모와 비참함에 대패한 주인공!

그러나 주인공의 진가는 이제부터 드러난다.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죽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나를 죽이지 못하면 결국 이 모든 것은 다 나를 강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이때 이야기를 끝내선 안 된다. 아무리 힘들다 하여 주인공을 죽여 버리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결말에 닿기도 전에 주인공이 죽어버리는 이야기만큼 허망한 것도 없을 것이다.

고작 견디는 것뿐이라 해도 위대한 시련기이다.


끝맺지 않은 이야기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 이야기의 주인공조차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시련과 좌절의 시기를 넘어서야 주인공은 불사조같이 일어선다.

그래야 그것이 진정한 주인공이며, 이야기는 결말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여기에 펼쳐지는 이야기는 100분짜리 영화나, 한 권 분량의 소설이 아니다.

100년짜리, 그보다 좀 짧거나 혹은 길지도 모르는 이야기이다.


날카로운 눈빛에 베이고, 무정한 말들에 찢겨 비참함을 곱씹는 암흑기.

그래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 혹은 그대니까.


현실은 암흑일지라도 가시덤불을 밟고 일어서는 주인공처럼 삶의 절정기로 살아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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