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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판이라는 작은 섬에 산다

5. 사람이 그리 외딴섬

by 하늘에 낙서하기

사이판에 살면서 뭐가 가장 힘드냐고 물어보면... 외롭다는 점이다

해외 사는 분들은 다들 조금씩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족이 있다면 조금은 덜 느끼겠지만 객지생활에 있어 제일 힘든 점은 사람이 그립다는 거다

아는 지인이 사이판 놀러 오면 길어야 일주일이고 그 기간 동안 오랜만에 보고 여기까지 왔으니 더 챙기고 시간을 보내는데 막상 그럼 그럴수록 떠나고 남는 후유증은 크다

주말에 친구들이 모여 술 한잔 먹다 사진 찍어 단체방에 올리면 나도 맘 같아서 그곳에 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고 누구의 경조사를 먼 곳에서 축하 혹은 위로해야 한다.

한국도 다들 바쁘게 살고 코로나 이후 더 약속을 안 잡는다고 하지만 여기와는 느낌이 틀리다. 거긴 약속을 안 잡는 거고 여긴 못 잡는 거니깐

바쁘게 살면 조금은 더 그런 생각이 안 들까 싶지만 아무리 바쁘게 뛰어도 잠깐 멈춘 그 시간에 더 외로움이 밀려오는 거 같다..

요즘은 보이스톡이나 페이스톡 등등 인터넷도 음질이나 화질이 좋아졌지만 그 공간에 같이 할 수 없다는 건 동일한 거 같다.

가을 타는 거 아니냐고 하기에는 사이판은 365일 더운 곳이다

무인도에 표류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이 먹으니 감성적인지 아님 아직도 어려서 사람이 그리운 건지 모르겠다 먹고살만하니 이런 나약함이 생기는 거 같기도 하고 외국에서 일하는 외노자에게 참 이런 감정도 사치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난 누가 사이판 살면 좋냐는 질문에 다 좋아도 하나는 힘들다고 하는 게 외로움이다 이 사이판을 같이 사랑해 줄 나의 짝을 만난다면 그땐 또 모르겠지만....

사이판이 처음은 아니다 사실 해외에서 1년 이상 체류 한 적이 있다 더 나이 먹기 전에 한 번은 나도 도전해 보겠다는 큰 꿈을 안고 호주에 워홀을 갔다 왔다 사실 좀만 있다 오려고 간 게 일 년이 되고 비자 연장까지 하면서 더 체류하다 급하게 한국으로 돌아왔던 것도 한참 외로움을 느끼고 너무 좋은 호주지만 한국과는 너무 멀었고 그렇기에 더 이곳에 삶에 적응하기 전에 가야겠다 생각해서 일하던 곳에도 말하기 전에 3일 뒤 떠나는 티켓을 구입하고 살던 집주인에게 개인 사정으로 급하게 들어간다고 말하고 나왔는데 거의 야반도주처럼 느껴지는 게 생각이 깊어지면 못 갈 거 같아 급하게 떠나는 계획이었고 그렇다 보니 짐도 그다지 챙기지 않고 배낭 하나 매고 일 년 넘게 살던 곳을 정리하고 나왔다 적지 않은 시간이라 짐도 많았지만 그다지 미련은 없었다 한번 정도는 다시 호주에 놀러 갈 생각이지만 나의 선택을 후회하진 않는다

어차피 나는 역마살이 껴서 한국에는 못 살 팔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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