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집에 초대 받은 날입니다.
일을 쉬고있던 그는 지나가던 말로 직접 밥을 해주겠다던 것을 잊지 않고 나를 불러주었죠.
그의 공간에 들어서며, 우리집과는 다른 정리정연한 모습에 꽤나 놀랐어요.
심지어 각을잡아 줄서있는 주방에 간식들은 그의 깔끔한 성격이 집안 곳곳에 묻어나 있음을 보여주었지요.
그리고 그는 의외로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해주는걸 좋아하는 듯 했는대,대접 받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 본인의 공간을 어지럽힐 까봐 그런 것 같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나는 눈치껏 그가 음식을 해주는 동안 얌전히 쇼파에 앉아 그를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직접 쌀을 불려 솥밥을 해주는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는대 갑자기 ‘띠리리’하고 타이머가 울렸어요.
뜸을 들여야 한다며 타이머까지 맞추어 두는 모습이 한편으론 귀여워 보이는건 왜일까요?
얼마전 먹고싶다 했던 스팸도 잊지 않고 구워주었는데, 나는 이날 스팸 슬라이서 라는걸 처음 보았습니다.
‘아 역시 요리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혹은 내가 요리에 너무 무지하거나.
주방에서 흘러오는 밥의 뜸들이는 냄새와 스팸이 구워지는향 만으로도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 구나 하고 슬슬 배가 고파져 왔죠.
혹시 아직 멀었냐는 나의 물음에 그는 곧 아침에 직접 사왔다며 구수한 향이 나는 시금치된장국과 함께 하나씩 찬상을 차려 나갔답니다.
갓지은 솥밥에 스팸, 그리고 시금치된장국과 계란말이.
밥상은 금새 어린 시절이나 지금이나 나에겐 늘 친구 같은 익숙하지만 그리운 맛들로 한상 차려졋습니다.
하이라이트로 나온 계란말이는 정말이지 그를 닮아 반듯한 모양새가 참 정갈했어요.
사이사이엔 파와 당근등이 들어가 있었는데 거기에 아마 나에 대한 호감도 좀 넣은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짜게식은 계란말이를 내가 맛잇게 먹을리가 없을테니 말이에요.
따뜻한 솥밥 한입에 계란‘ㅉ’말이 한입.
18년간의 자취생활중인 나에게 이만큼 대접받는 일이 또 있을까요.
포슬한 계란말이처럼 늘 포근한 자신의 품을 내주는 그가 있기에, 오르락 내리락 하던 나의 쉼없던 하루가 특별한 날이 되어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