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는 모든 것이 달랐다.
서로가 생각 하는 것부터 생활하는 것까지 말이다.
우리집엔 도마가 없고 수건이 7개이며 냉장고 안에는 간식들이 제멋대로 굴러다닌다면 그의 집엔 스팸 슬라이서가 있었으며 수건은 색깔별로 족히 30개는 넘을것이고 냉장고 안의 음료들은 줄을 서있었다.
또 아침에 일어나 활동을 하는 나와는 달리, 그는 밤에 생활 하는걸 즐기며 집에서 나오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린 다른것들 투성이였다. 셀수 없이 많은것들이.
심지어 성격 까지도.
대신 우린 나름의 결이 잘 맞았고 함께 있을땐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둘다 감성적이었기에 영화를 보며 곧 잘 서로의 의견에 대해 재잘 거리기도 했고, 특히 영화관련 일을 하던 그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며 듣는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가끔 프로그램속 캐릭터들의 성대모사를 하는대 얼마나 재밌던지. 꼭 찐따같이.
차마 그의 앞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지만 말이다.
이렇게 우리에겐 쓰러질만한 웃음거리는 없었어도 피식하고 주고받는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술한잔과 함께 주고받던 서로의 꿈과 잔잔히 흘러가던 시간도 좋아했다.
눈이 많이 오던날은 우산을 쓰며 걸어가면서도 가로등을 바라보며 떨어지던 눈송이들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고 있었다.
어느새 늦은새벽 하루에 마무리로 함께 마시던 와인은 서로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우리의 시작이 말이 없었듯이 언젠가 그 끝에도 예고가 없을 것 이라는 걸 알고있을것이다.
어느 날 둘 중 누군가 연락이 안되더라도, 늘어지며 연락하는 성향은 피차 아니라는거다.
그런사람들 일거다. 우리는.
입밖으로 공유하지 않은 이러한 암묵의 비밀조차 그와나의 결이 비슷하다는 반증일까.
나는 우리가 만나게 되어 서로의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또한 인연이라 믿는다.
내 모든 인간관계가 마치 이와같았다 하더라도 이 인연의 끝이 다해 지나가버리는 추억이 될 떄까지, 그저 우리에게 주어진 이시간 동안 그와 즐겁게 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20대에 연애처럼 씩씩하진 않더라도 우리만의 방식으로 옅은차 한잔 마시듯 그렇게 말이다.
다만 언젠가 우리가 헤어질 때 서로가 예쁘게 기억될수있도록, 그렇게 나는 노력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