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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코 Sep 19. 2016

D+2 로마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 첫 날 만난 천사

로마에 온 지 이튿날이다.

들뜬 마음도 잠시, 엄마를 모시고 먼 이국 땅에 와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문 밖을 나서면 낯선 이방인으로 가득한 풍경..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나도 무서웠다.



비행기에서 오래 잔 탓인지, 시차 적응이 되지 않았다.

자다 깨고, 자다 깨고를 반복하다 새벽 5시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소는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1박에 165,000원(120유로) 정도였는데,

내가 원하는 요소들을 모두 만족시켜주었다.


떼르미니 역 5분 거리이면서

엘리베이터가 있고 커피포트, 냉장고, 드라이기 등이 구비되어 있다.

조식을 못 먹을 경우, 전 날 저녁에 말하면 미리 가져다주고,

수건은 샤워부스 안에 넣어두면 새 걸로 교체해준다.


둘째 아들은 늘 웃는 얼굴로 말을 걸어주고 싹싹한 편이다.

그에 비해, 첫째 아들은 쌀쌀한 편이라 말을 걸지 않는 것이 낫다.

청소해주시는 분도 친절하신 편이라, 마주치면 기분이 좋았다.


푹신한 침대
싱크대, 커튼 아래에는 냉장고가 있다.
조그맣게 보이는 웰컴와인 & 과일들


일찍 일어나 어제 못다 한 짐 정리를 하고,

7시 30분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

조식은 과일과 햄, 치즈, 빵, 파이, 커피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유럽 사람들은 이렇게 먹는구나, 하며

각종 빵과 커피들을 접시에 담아 자리로 가져왔다.


엄마는 목발을 짚은 상태라, 접시를 들 수가 없어

내가 엄마의 주문을 받아 몇 가지 음식을 날랐다.


파이 종류 같은 빵은 직접 만든다고 들었는데,  맛이 좋았다.


여러 번 접시를 들고 들락날락하는데, 동양인 남자분이 보였다.

뒷모습만 보여서 한국인인지는 잘 모르겠고,

나이는 엄마와 비슷해 보였는데 혼자 와서 조식을 드시고 있더라.


나는 여행 첫날이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고,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에,

혹시나 말을 걸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이쿠,

한국 분이시냐며 말을 걸어온다.


나는 잔뜩 경계해서 엄마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얼른 먹고 자리를 피하자!"


그런데 엄마는 한국인을 만난 것도 인연이라며 수다를 떨기 시작한다.  OMG


그분은 베네치아 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고,

여러 번 로마에 들려 잘 알기 때문에, 원한다면 함께 관광을 다녀도 괜찮다고 말한다.


엄마는 좋다 한다.

30분 후에 아래 1층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한다.


어색한 미소만을 짓던 나는,

그분이 사라지자 엄마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덥석 약속을 잡으면 어떻게 하느냐,

그것도 함께 다니는 나에게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일단은 약속을 했으니, 1층에서 만났다.

나는 입이 댓 발 나와서, 엄마가 알아서 하라는 눈빛으로 뚱해있다.


숙소 정문으로 가는 길
저 멀리 엘레베이터가 보인다.
예쁘게 꾸며놓은 정원


그분 말로는 오후에는 학술대회 참석해야 해서, 오전까지만 함께 다닐 수 있다 하신다.

말을 나눠보니, 이상한 아저씨 같지는 않고 따라가 보기로 한다.

일단 콜로세움에 가기로 한다.


엄마가 목발을 짚고 움직임이 불편하다 보니, 교통수단이 걱정이었다.

첫날이니 만큼, 메트로를 타고 가보기로 결정했다.


떼르미니 역으로 가서, 아저씨의 도움으로 승차권(1회권)을 3장 구입했다.

자동판매기(Biglietteria automatica)에 가서 영국 국기를 선택한 후,

승차권 종류/ 매수를 입력한 후 금액을 투입하면 된다.


[로마 승차권 정보]
1. 1회권 B.I.T : 1.5유로, 개찰 후 100분 유효
- 메트로는 1회, 버스와 트램은 무제한
2. 24시간권 B.I.G : 7유로, 개찰 후 24시간 유효
- 메트로, 버스, 트램 모두 무제한/24시간 내 5번 이상 이용 시 1일권 추천
3. 48시간권 B.T.I : 12.5유로, 개찰 후 48시간 유효


떼르미니 역에 승차권을 넣고 들어갔다.

로마는 노선이  A, B, B1 의 3개 노선이 전부여서, 노선 보기가 쉽다.


콜로세움 가는 메트로 기다리며..
건너편에 온 메트로 한 컷


다만, 콜로세움 역은 어두침침한 편으로,

지하에서 지상까지 1번에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는 없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목발을 짚고 한 칸 한 칸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렇게 힘들게 출구로 나오자마자,

우와, 콜로세움이다!


그 거대한 건축물 앞에서,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우와,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콜로세움이구나.

생각보다 그 규모가 엄청나서 할 말을 잃었다.


아저씨의 인솔로,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다.

아저씨는 중간중간 우리 모녀 사진을 계속 찍어주셨다.


티투스 개선문


안타깝게도 콜로세움 입장 줄은 너무 길었다.

우리는 내부에 들어가는 것은 바로 포기했다.


아저씨는 포로 로마노에 들어가 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하셨다.

[포로 로마노]
1. 로마가 최초로 시작된 팔라티노 언덕.
기원전 753년 전쟁의 신 마르스의 쌍둥이 아들인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에 의해 테베레강 동쪽의 팔라티노 언덕 위에 로마 건설
2. 입장료는 인당 12유로


언뜻 보니 줄이 꽤 길었지만, 콜로세움보다는 나아 보였다.


어? 그런데, 아저씨가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보니,  

티켓 줄과 입장 줄이 다르단다.


누군가는 티켓 줄에, 누군가는 입장 줄에 서야 하는 상황.

일단은 내가 티켓 줄에, 아저씨와 엄마는 입장 줄에 서있기로 한다.


엄마는 로밍이나 유심칩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을 경우 연락이 안 되었다.

아저씨가 좋은 분인 건 알겠지만, 아직까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엄마를 보내야 한다니;;;;;;;;

식은땀 나는 일이었지만, 일단 따로 줄을 섰다.



포로로마노 티켓 발권하자마자, 입장 줄로 냅다 뛰었다.

엄마가 있겠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지?



다행히 저 멀리 엄마가 보이고,

때마침 입장한다.


포로 로마노는 정말 넓더라.

그리고 울퉁불퉁한 돌 길이고 계단도 많은 편이라,

목발을 짚고 돌아보기는 어려웠다.


포로 로마노 입구에 있는 지도
포로 로마노 전경



아저씨가 이리저리 둘러보며, 건축물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우리는 졸래졸래 따라가서 설명을 듣고 했다.


전경을 찍은 동영상은 아래 유튜브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https://youtu.be/OA3DFQfaDwU



아저씨는 내가 엄마를 따라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는지,

아저씨가 잠시 엄마랑 있을 테니, 편하게 돌아보고 오라는 배려를 해주셨다.

나는 마음껏(?) 계단을 오르내리며,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자리로 돌아왔다.

헙.... 그런데 점심시간이 지나, 아저씨가 이제 떠나야 한다고 하신다.

하루 종일 가이드 역할해주시고, 사진 찍어주시고...

고생만 하셨는데, 점심 대접도 못 해드리고 보내드려야 한다니...

무엇보다 이런 좋으신 분을 그렇게 의심했다니;;


너무 죄송하고 또 감사했다.


그렇게 아저씨가 가시고,

엄마랑 단 둘이 남아 잠시 쉬고 있었다.


이제 숙소로 어떻게 가지?

슬슬 걱정이 되었다.



"그래, 우버 택시를 불러보자!"


평소 카카오 택시를 자주 썼으니, 우버 택시 똑같겠지 뭐,

호기롭게 우버 택시를 불렀다.


그리고.. 왔다!  우버택시!

그리고 우버택시 매니아가 되어 버렸다..ㅎㅎㅎ


[우버 택시 장점]
1. 일단 기사들이 대부분 친절하다. (가끔 말 없고 무뚝뚝한 직원도 있다.)
2. 우버 앱에 등록된 카드로 자동 결제돼서 부담이 없다.
3. 출발지/목적지에 대해 설명 안 해도 돼서 편하다.
4. 가까운 거리를 이동해도 전혀 싫어하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자동 결제되다 보니, 비용에 대해 무덤덤해진다는 것^^;;

그 점 외에는 딱히 단점을 찾기 어려웠다.


덕분에 안전하게 숙소 앞까지 도착했다.


숙소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하루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마르게리따 피자와 해산물 리조또로 추정됨^^;



지금 생각해보면, 아저씨를 그렇게 경계했던 게 참 민망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유명 대학교 교수님이셨다. OMG

늘 조심은 해야겠지만, 근거 없이 함부로 사람을 의심하면 안 될 것 같다.

여행 첫 날을 예쁘게 채워주신 교수님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첫 로마 일정을 콜로세움과 포로 로마노로 예쁘게 장식했다.

엄마가 다리가 불편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 있었겠지만,

난 이 두 곳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4/24 D+2 엄마의 일기

조식을 7시 반부터 시작한다 하여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시 둘이 잠에 들었는데, 눈 떠보니 7시 30분이여서 깜짝 놀래서 자는 **를 깨웠다. **가 눈떠서 핸드폰 확인하더니 오전 12시 15분라 하면서 더 자야 한다고 해서 아무리 자도 아침 7시 30분이 멀게 느껴졌다.

5시에 기상해서 공항에서 많이 잔 탓으로 더이상 잠이 안와서 씻고 준비해서 식사하러 갔는데 거기서 혼자 베네치아 학술대회에 참석한 **대학교 교수님을 만나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아침식사하고 같이 안내해주신다 하여 떼르미니역에서 두 정거장 콜로세움 역에 내려서 2시까지 걸어다니면서 설명해주시고 학술 대회 때문에 헤어졌다.
감사했지만 같이 식사대접을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동영상 찍고 우버택시 타고 숙소 도착했다. 점심 경 저녁 식사를 맛나게 먹었다.
오른쪽 발이 아파서 핫팩하고 **이가 나가서 오렌지와 물, 젤라또를 사러갈 예정이다. 콜로세움은 겉만 보고 들어가보지는 못했다. 엄청 사람이 많이 줄 지어 서있었다.
겉으로 엄청 웅장하고 규모가 커서 감탄이 절로 나왔다. 거기서 좀 더 가보면 개선문도 있고 더 걸어가면 포로로마노에 가서 줄 서서 기다리고, **이는 매표소에 가서 표를 사서 기다리는 나에게로 와서 같이 기다렸다.

동영상을 찍어 보관하기로 하고 열심히 찍었다.
앉아서 다리가 아파 휴식시간을 가지다가, 교수님이 알려준 길로 나와서 친절한 우버 택시 기사님을 만나 무사히 숙소로 왔다.
로마의 모든 유적지가 포로로마노에 다 있었다. 외국인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세계적인 장소에 놀랐다. 그리고 숙소의 조식이 맛있었다.
오렌지와 치즈, 빵이 너무 맛있어서 더 먹고 싶었지만 배가 불러 그만 먹고, 교수님한테 여행정보 소식을 많이 들었다. **이는 사람을 쉽게 믿는다고 화를 냈다. 그러나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는 화가 풀렸다. 화장품 많이 산거, 반나절 같이 여행하는 거를 엄청 화를 내서 퍽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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