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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이지 Oct 04. 2019

어른의 연애 - 프롤로그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People don't become 'adults' until their 30s, say scientists


회사에서 점심을 먹다 본 자막뉴스에 생각이 많아진다. 물론 어른이 된 줄 알았던 20대의 내가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는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철없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니. 지금 생각해도 낯 뜨거운 내 지난 시절 지질한 언행들이 어른이 덜 된 것이어서, 그럴만해서 그랬다는 면죄부 같은 뉴스다. 안도감을 느껴야 하는데, 묘하게 허무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러면 나는 어른으로서는 연애를, 사랑을 못해 본거네...'


전남편을 22살에 만났고, 38살 생일을 맞던 그 주에 헤어졌다. 물론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한동안은 사랑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철이 없었고 순수했고 어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 힘든 연애를 지속하고 끝내 다시 만나고 결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가 어른이었다면 우리는 분명 더 어른스러운 현명한 선택을 했을 테니까. 우리가 평생을 가족으로 살기에는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 우리가 어른이 되던 시점에서 우리의 관계가 그 축을 달리 한 것은 어떻게 보면 피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른으로서 사랑한 적이 없으니까.


나는 이제 부모가 되고 과학자들이 말하는 어른도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불안하고 나약한 것은 아직 덜 성장해서일까, 아니면 아직 더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일까. 어른으로서 사랑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어른으로서의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연애를 하고 싶다. 어른의 연애를 해보고 싶다. 아직 가보지 않은 그 길에서 어른의 사랑을 찾아, 지금 이렇게 듬성듬성 만져지는 내 마음을 더 다듬고 단단하게 다지고 싶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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