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론(10)
주변에 하나만 알려줘도 열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계유일주가 아닌지 확인해 보시길.
계유일주는 하나의 의미도 열 가지로 풀어낼 수 있는 영리한 일주이다.
계유일주라면 이 글을 애써 해석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답을 얻어갈 수 있다.
"그만하면 됐다."
계유일주 사주를 보면 이 말이 습관처럼 나온다.
계유일주는 금백수청(金白水淸)하다. 금백수청이란, 물이 금을 깨끗하게 씻어내어 빛낸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쉽다.
한 마디로 머리가 비상하다.
그런데 이런 귀한 기운을 가진 계유일주가 사주 글을 읽고 풀이를 의뢰한다는 건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사주는 있어도 완벽한 사주는 없듯. 금백수청일지라도 세상살이가 힘든 건 매한가지이다.
계유일주에게 비상한 머리는 약이자 독이다. 생각이 많아도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수(水) 기운을 통제하지 못할 경우 정신적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그러니 그만하면 됐다는 말은 생각을 멈추는 것과 삶에 임하는 태도를 제안하는 것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다.
일지 유금(酉金)이 수(水)를 제어하고 있는데 이를 중화시키는 화(火)와 토(土)가 사주에 없다면 수(水)가 너무 과해진다.
과유불급,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수(水)가 많아지면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행동은 줄어들고 생각만 과중된다.
적당한 생각은 좋은 판단에 도움이 되지만, 과해지면 판단이 아니라 고민으로 그대로 남게 되는 거다.
걱정에 부정만 따지다 보면 결국 결정하지 못하니 고민이 고민을 낳는 형국인데, 매듭짓지 못한 고민 중 막상 마주하면 큰일이 아닌 것도 많을 것이다.
그러니 예민할 수밖에 없다.
주위사람들에게 까칠해지고 혼자를 자처하기도 한다.
심하면 그런 잣대가 자신에게 향해져 편집증 증상이 보일 때도 있다.
초반부터 부정적으로만 말하다 보니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다.
계유일주에 관한 글을 여럿 접했다면 의아했을 수도 있다.
어지간하면 계유일주는 입이 마를 정도로 귀하다고 말하기 바쁘니까.
천간에 해당하는 계(癸)의 음수(陰水)와 지지에 해당하는 유(酉)의 음금(陰金)이 합쳐져 존재만으로 깔끔하고 신비로운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사주에서 금과 수의 균형이 잘 갖춰져 있다면 금백수청(金白水淸)이라 하여 금생수, 금과 수가 상생하고 생산하는 좋은 관계로 보기도 한다.
조화가 아니더라도 계(癸)수가 가진 센스 있는 면모와 화려한 감수성을 유지하되, 유(酉)의 예리하고 치밀한 성향이 쉽게 혼란을 느끼거나, 갈피를 못 잡는 계(癸)의 단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더불어 일지가 편인(偏印)이니, 머리가 비상하다.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도 빨라 기술에도 재능이 있어 기술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사주를 잘 활용하는 계유일주는 일평생 역술인 근처에도 갈 일 없다.
계유일주의 성향은 주변에서 먼저 알아주는 경우도 거의 없다.
성향이 깔끔해서 겉으로 보기엔 문제가 딱히 없어 보인다.
계유일주의 껍질은 단단해 보이지만 속은 여린 이유도 이러하다.
이런 성향을 고려해 먼저 물의 기운이 강한 장소나, 직업은 피하는 게 좋다.
사주나루에서도 항해 무역업을 하다 회사 부도로 트럭 운반을 하는 계유일주가 있었다.
항해 무역업에 종사했을 땐 우울증을 앓았는데 고속도로에서 하루의 반나절을 보내도 전보다 우울감이 나아졌다는데 이 사례가 좋은 예시가 될 것 같다.
그게 아니면 묘(卯)가 오는 년에 기운을 완전히 바꿔보는 방법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묘유충(卯酉沖)은 충(沖) 중에서도 변화가 크기 때문에 막막한 상황에 한줄기 희망이 생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합으로 풀어도 된다. 계수는 무토(戊土)와 만나서 무계합(戊癸合) 해서 좋다.
아래 남, 여 특징에서 추가로 설명해 보겠다.
아직도 계유일주의 연애운, 결혼운이 좋지 않다고 하는 명리인이 많다.
지지에 편인이 들어서 식신을 극하기 때문이다.
감정표현이나 말을 좋게 포장하지 못해서 그렇다.
그런데 사실 요즘엔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양해져서 무리 없이 연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지지 유(酉)에 도화가 있어 이성에게 인기가 있다.
남자의 경우 여성 친구들과 친밀하게 지내다 구설에 휘말릴 수 있는 것만 빼면 좋다.
그리고 여전히 결혼운은 별로 좋지 않아 보인다.
부모님이 결혼에 간섭하는 경우가 많아 아내와의 관계도 순탄치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여자의 경우 연애시기에는 상대가 지루할 틈이 없을 것이다.
계수는 음(陰) 중에서도 극음인데 이는 곧 양으로 변함을 의미한다.
늦겨울과 초봄이 함께 있는, 한마디로 상극의 성향이 공존하는 천간이다.
그러니 애교가 많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장기전이니 안정이 우선이다. 까칠한 성격이라면 남편을 아래로보고 안하무인으로 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식신을 극하니 자식운이 좋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니 궁합을 보고 계유일주 성향을 누르는 데에 방도를 찾는 것을 추천한다.
앞에 말한 것처럼 무토(戊土)를 만나면 좋다.
메마른 흙인 무토에 물줄기인 계수가 만나 무토의 단단한 성향과 날카로운 계수의 성향이 서로 중화되기 때문이다.
계유일주를 대표하는 최근에 크게 흥행한 영화 파묘에 나온 김고은 씨, 가수로 활동하다 예능에서 활동하는 민경훈 씨가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성에게 인기도 많고 어느 정도 날카롭고 단호한 면모를 갖고 있다.
또한 피겨여신 김연아 선수도 계유일주이다. 차가운 수의 기운을 잘 활용한 케이스.
신중에 신중을 가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머리보다 발걸음을 앞세워야 할 때도 있다.
특히 계유일주는 머리가 비상하니 남보다 한수를 더 내다본다.
그래서 한 발짝만 내딛어도 그 뒤로 잘해나가는 경우도 많다.
인생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것저것 따지는 게 아니라 이 글을 기반으로 개선해보길. 좋은 사주를 잘 써먹을 수 있다.
생각이 많은 계유일주에게 데이비드핀처 감독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를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