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나루 인터뷰(에르메스)
LGBT의 뜻은 레즈비언(lesbian)과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성적소수자를 의미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에르메스는 사주나루에서 LGBT 고민 상담 전문 타로 마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LGBT는 왜 에르메스를 찾아오는 걸까? 그리고 성적'소수자'의 타로상담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 안녕하세요. 에르메스 선생님. 드디어 인터뷰 진행하게 되었네요.
에르메스
안녕하십니까. 제가 잘 말씀드릴 수 있을지 긴장되네요. 하하
- 긴장하지 마시고 편안하게 떠오르는 답변을 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선생님의 팬인데 에르메스라는 이름의 뜻과 어떤 활동을 하시는지 줄곧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 질문으로 인터뷰를 시작해보고 싶네요.
에르메스
에르메스라는 상담사 명을 쓰게 된 계기는 Hermes라는 단어의 근원이 인생이란 여행의 안내자이면서, 그 여행길이 안전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병든 자를 치유해 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을 뜻해요.
치유와 안내, 이게 제가 생각하는 타로술사의 마음가짐과 정신에 맞다고 생각해서 선정했습니다.
2021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사주나루에서 타로 마스터로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화 외에는 오프라인에서 영혼을 부르는 타로마스터 양성과정을 맡아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타로수업을 진행합니다. 학생들과 사주나루의 내담자들을 포함해 여기저기 분주히 불려 다니고 있습니다.
사랑받고 아껴주신 덕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네요.
- 치유와 안내, 굉장히 이타적이라고 느껴집니다.
이타심은 타로 마스터로써 엄청난 강점이긴 한데... 왜 타로 마스터이셨는지 그 계기를 여쭙고 싶습니다.
에르메스
음... 제가 미국에 이민을 가자고 결심한 게 2000년인데 2001년에 9.11 테러가 일어나 미국엔 못 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캐나다에 발이 묶여 있었거든요. 비자 문제도 얽혀서 오래 머물게 되었어요.
그때 시간을 죽이고자 한 게 그리스 신화 공부였어요.
제가 살고 있던 동네에 정말 가까운 곳에 타로 가게가 있었어요.
집을 나서면 젤 먼저 눈에 바로 들어올 정도였으니까요.
궁금하긴 해도 제가 그땐 영어도 잘 못해서 오랜 시간 가볼까 말까 망설이다 어느 날 그냥 구경이나 하자는 생각에 이끌리듯 들어갔습니다.
예상대로 말도 잘 안 통하고 분위기도 낯설다 보니 식은땀이 흐를 정도로 긴장이 되는 거예요.
타로술사가 카드를 셔플하고 제가 카드를 뽑는데 긴장이 풀리는 겁니다. 동시에 마음이 편안했어요.
영어도 잘 못 알아듣는 상황에서 처음 보는 이방인이 저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챈 듯 손짓, 발짓, 눈짓으로 온몸을 사용해서 설명을 해주시는데... 발이 묶인 당시 상황,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들, 사랑하는 주위 사람들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저도 모르게 낯선 타국에서 겪은 서러움과 답답함이 뒤섞여 울분을 토해냈습니다. 마음이 후련해지니 숨이 탁 트이더라고요.
- 카드를 통해 몸짓, 발짓, 눈짓이라니... 언어를 초월한 소통이었네요.
에르메스
그 당시에는 무언가 깨어난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나를 알고 있는, 한 번도 내가 가본 적이 없는데 분명히 내가 존재하는 또 다른 공간과 또 다른 시간에 대해 경험한 기분이었으니까요.
지금 되짚어보면 당시 귀에 들렸던 센스티브(sensitive), 데스티니(destiny), 미션(mission) 이런 단어들이 아마 제가 사람들의 감정을 세심하게(sensitive)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고, 타로 마스터로서의 삶이 나의 운명(destiny)이며, 이 땅에 온 주어진 mission(사명)이라고 말한 게 아닐까 싶어요.
물론 그 일로 바로 타로마스터가 된 건 아니에요.
그런데 어느 순간 타로술사의 말처럼 정말 발이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닥치더라고요.
계단에서 다쳐 실제로 두 다리까지 오랫동안 사용을 못 하게 되니까 난 이제 뭘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다시 꺼내 보았던 게 그리스 신화였는데, 읽다 보니 타로라는 게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되었죠.
다시 제가 타로를 보며 느꼈었던 또 다른 공간 또 다른 시간의 신비함에 이끌렸어요.
그로부터 타로를 공부하고 타로술사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 무언가 깨어난 느낌이라는 게 신묘하기도 하고 겪어보지 못한 저로써는 선생님이 느끼셨던 운명이라는 느낌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그리스로마를 다시 읽게 되신 것도 타로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던 필연 같기도 해서요.
타로마스터가 되고 나서도 선생님이 타로를 운명처럼 느낄 수 있었던 계기나 그로 인한 변화가 있을까요?
에르메스
하하 너무 많죠. 상담을 많이 하다 보니 다양한 사람을 만났어요.
그러면서 남자에 대해 다시 알게 되었어요. 마찬가지로 여자에 대해서도 다시 알게 되었고요.
정확하게 선입견이 깨지니 더 많은 걸 알게 되더라고요.
이런 말이 있죠 연애 주식회사에서 안전주는 없다는 속설이요. 그 말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매일 같이 내담자분들과 소통을 하며 시간의 제약을 많이 느꼈어요.
한분 한분 충분히 상담해드리고 싶은데 시간은 한정적이니까요.
이 딜레마를 계속 느끼다 보니 한시가 소중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네요.
원래 저는 성격도 급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이었는데 타로를 통해 저마다의 일상과 성향, 그리고 욕구가 동일하지 않고 개개인이 소중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연스럽게 이타적인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아요.
생각해 보면 매 순간이 계기였네요.
- 원래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라 타로가 선생님을 이타적으로 만든 거였군요.
타로를 통해 저마다 소중하게 존재한다는 것 또한 흥미롭습니다.
그럼 타로카드도 개수가 굉장히 많잖아요. 그중 선생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카드가 무엇인가요?
에르메스
단연코 1번 마법사 카드요.
그리스 신화로 타로를 해석하면 1번 마법사 카드가 에르메스 신이거든요.
에르메스 신은 제우스 신의 전령사면서, 0번 카드의 주인공인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 다음으로 가장 어린 신이기도 합니다.
비즈니스의 신, 목축의 신, 상업의 신, 여행의 신, 도둑의 신, 음악의 신이면서 현문학과 점성술에도 능한 신이죠. 에르메스 신은 신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어요.
그래서 마법사카드에는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이루어질 수 있게 하는 창조적인 힘이 있어요.
무한한 능력과, 우주의 기운, 신의 뜻을 내담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카드라 가장 좋아합니다.
-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카드라는 게 재밌네요. 한계가 없다는 것 같아서요.
선생님은 타로를 처음 경험 하셨을 때 몸짓으로 소통하셨는데 지금은 전화로 내담자를 만나고 계시잖아요.
LGBT 상담에 전문이기도 하고요. 소통의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마법사카드처럼요. 처음 전화 타로를 보셨을 때도 어려움이 없었나요?
에르메스
이제야 말할 수 있다. 이런 느낌이네요.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땐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었어요.
상대방의 표정과 느낌을 눈으로 볼 수 없었으니까요.
근데 계속 전화가 오는데 별 수 있나요? 내담자분들의 기운을 볼 수 없으니 듣고 집중해서 읽으려고 했어요.
내면을 들여다보니 상담에 깊이가 더해졌다고 해야 하나? 눈을 가리니까 내담자분들을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전화상담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눈을 가린다고 안 보이는 게 아니더라고요. 더 큰 영감이 된 셈이죠.
- 어찌 보면 관점이 시야를 가릴 수도 있다는 의미로 느껴져요.
그런 점에서 에르메스 하면 LGBT 상담, 스페셜 상담으로 정평날 수 있었던 이유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화타로를 본다고 해서 LGBT 상담 스페셜 상담으로 정평 나는 건 아니니까요.
또 다른 비결이 있을까요?
에르메스
이런 것도 관점 아닌가요? 그래서 비결도 없어요. 하하
그나마 환경 같아요. 20년 가까이 외국 생활을 하면서 주변에 LGBT 친구들이 많았어요.
제가 LGBT 상담을 하고 스페셜 상담, 특별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것도 알고 보면 딱히 특별할 게 없어요.
사람은 다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겪는 사소한 문제와 고민을 겪어요. 저마다 성향이나 정체성이 다를 뿐이죠.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소수자가 되고 부정당하니 일반적인 타로상담조차 큰 결심이 필요한 사람도 있어요. 근데 굳이 크게 느끼지 마세요.
제 상담을 LGBT 상담, 스페셜 상담이라고 지칭하는 이유도 특별하지 않은 모두에게 특별할 게 없는 상담으로 생각하시고 편안하게 상담을 받아주셨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에요.
- 타로상담은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사소한 것부터 불편함이 쌓이면 스스로를 부정하게 될 수도 있겠네요.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죠. 오히려 세상이 다채로운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에르메스
그렇죠.
저는 타로카드 한 장에 우리의 삶, 그리고 신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 인간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이 신에게 드리는 간절한 소망도 담겨있고요. 근데 모두 인물인 건 매한가지예요. 저는 내담자가 타로처럼 저마다 신의 영향을 바탕으로 장점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삶의 방향이 어긋나 있다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위대한 신의 지혜로운 뜻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제 상담은 특별한 게 아니라 개인마다 인생이 특별하고 소중한 거예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뿐이고요.
- 개인의 삶을 부정도 규정도 하지 않고 선택하게 하는 것, 그 자체로도 특별한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선생님에게 타로를 한 단어로 선택해 주실 수 있나요?
에르메스
재밌네요. 타로는 '등대'라고 생각해요.
단어 그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어두웠던 것들을 밝혀주고, 안전하게 안내해 줄 수 있는 길잡이라고 생각합니다.
- 와 등대라니 멀리 보고 밝힌다는 의미가 선생님과 잘 어울립니다.
인터뷰를 끝으로 내담자분들에게 해주실 말씀과 목표가 있으실까요?
에르메스
저를 통해 질문하고, 묻고, 답변받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이 타로를 배워서 고민을 털어놓고,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순간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저는 자녀 심리 치유, 자녀 성향을 분석도 다루고 있는데, 자녀를 키우시는 분 중에 스스로 타로를 통해 자녀 교육과 지도를 하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타로가 개인마다 활용될 수 있게 교육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를 찾아와 주시는 모든 내담자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로 끝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누군가는 자신의 정체성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특정 타로마스터에게 상담을 받는다.
일반적인 정체성, 일반적인 사랑이 있을까?
일반적이어야 세상의 형평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해가 아닌 허락에 가까울 것이다.
LGBT라고 규정하면 특별한 상담이 되지만 실상 고민은 매한가지인 것처럼 일반에 속해야 정당하다는 말은 우리가 아닌 우리의 그림자를 보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일반적인 것이 형평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존중이 형평성을 유지하는 건 아닐까.
"보이지 않아서 더 많은 걸 본다."
타로가 등대라는 에르메스의 말처럼 그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작은 목소리를 듣는다.
너의 목소리에 내가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믿고 따라가라는 듯.
가고자 하는 길을 찾아가다 보면 빛이 있는 것처럼 넓고 밝게 비추고 있다.
현재 에르메스는 사주나루에서 전화 타로 상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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