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천진선녀, 연화, 천리안)
무당이란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로서 신과 인간을 함께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삶도 채 못살아본 나이에 신을 받은 무당이 과연 사람들을 헤아릴 수 있을까? 사주나루에서 활동 중인 젊은 무당 천진선녀, 연화, 천리안 세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Q1. 짧은 소개
천진선녀
안녕하세요.
하늘 천(天), 밝을 진(昣), 하늘의 뜻으로 세상을 밝혀주러 온 천진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연화
안녕하세요! 인터뷰로는 처음 소개 드리네요.
사주나루 연화입니다.
천리안
안녕하세요. 10년 차 제자의 길을 걷고 있는 천리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Q2. 어린 나이에 무당이 된 계기 무엇인가?
천진선녀
- 10대 때부터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걸 보고 느꼈다.
스스로도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일이 자꾸 꼬이고, 금전도 박살이 났다. 거기에 건강까지 악화되니 삶의 모든 것이 무너졌다.
결국 무당집을 몇십 군데를 전전해야 했다. 가는 점집마다 이미 어릴 때부터 말문이 트였다며 하늘이 점지한 제자라고 하는 거 아닌가. 그러다 한 무당이 예전부터 모셨던 할머니가 내린 거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할머니에게 기도를 드리고 결국 할머니를 따르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내림이라는 큰 결심을 해야 했지만 이름을 받고 나서부터는 열심히 기도하고 배우고 있다.
연화
- 잘못된 신굿을 두 번 받았다.
신명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 그렇게 혼자서 생고생을 한 세월이 수년이었던 제자였다.
그래도 신령님 하나만 보고 기도하고 이어온 세월이 어느덧 7년이다.
많이도 흘렀지만 여전히 많이 부족한 제자이다. 그와 동시에 성장하고 있는 제자이기도 하다.
천리안
- 원래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었다. 참고로 제 외삼촌이 목사님이다.(웃음)
신내림이나 무당, 점 같은 것과는 굉장히 떨어진 삶을 살고 있었다. 근데 16살부터 신병이 왔다. 걷지도, 자지도, 먹지도 못했던 세월이었다.
먹어보지 않은 약이 없을 정도로 안 가본 병원이 없는데 어떤 것도 소용없었다.
당시에 사람이 지나가거나 앞에 오면 그 사람의 현재 삶과 미래, 꿈이 화경으로 생경하게 보였다.
그리고 틀림없이 실제로 그 일들이 일어났다.
내가 이렇게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니까 어머니가 점집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찾아가는 점집마다 신병이라고 제자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입을 모아 말했다.
미치기 직전에 그냥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신을 받게 되었다.
Q3. 무당이 되고 나서 이전과 달라진 게 있나?
천진선녀
- 조금은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원래는 욕 한마디도 못했다.
그저 눈물 많고 순둥순둥한 착한 소녀였는데, 지금은 할머니, 장군님들의 성격이 그대로 전해진다.
가끔은 나조차도 나 자신이 무서워질 때가 있다.
한편으로는 신령님들이 나를 지켜주고 계시니 혼자라도 두려운 것이 없어 용기가 나곤 한다.
연화
- 무당이 되기 전에는 기고만장했다.
제 위에 사람도 없으니 버릇도 엄청 없었다. 건방짐이 하늘을 찔렀다.
지금은 신을 모시니 사람에 대한 예의범절을 배웠다. 그리고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 매 순간 배워가고 있다.
천리안
- 크게 달라진 부분은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먹고, 자고, 싸고가 가능해졌다. 내림받기 전, 보였던 과거와 미래가 더 정돈되어 보인다.
상대방에게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이니 안정적으로 변했다.
Q4. <파묘> 속 김고은 배우가 연기한 MZ 무당 '화림', 어떻게 봤나?
천진선녀
- 김고운 배우의 연기력은 뛰어났지만 그래도 연기는 연기라고 느꼈다.
행동이나 표정을 비슷하게 표현해서 고증은 잘되었다. 하지만 눈에서 느껴지는 영기나 기운까지는 연기로 표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굿을 하거나 기도를 할 때 선생님들 눈빛을 볼 때가 많다. 인간의 눈빛이 아닌 영의 눈빛에 압도될 때가 많다.
실제 제자가 아니다 보니 연기로 그런 부분까지 담아내기엔 무리인 건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신이 접신하는 모습은 디테일을 살려 표현하려고 노력한 게 보였다. 완벽할 순 없지만 최대한으로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연화
- 나도 한양굿을 한다.
이북굿도 같이 겸해서 하는 제자로서 김고은 배우의 황해도, 대동굿, 제주도 영감놀이는 정말 인상 깊었다.
이북굿 특징이 험하게 피를 보며 망자를 피로 풀어 보내자는 의미이다.
그래서 피군웅 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나도 칼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한다. 김고은 배우가 칼을 가지고 노는 장면도 인상 깊더라. 연기자로서 무당의 모습을 정말 잘 살렸다는 느낌이 확 들었다.
천리안
- 소름이 돋는 명품 연기였다.
맡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느껴졌다. 특히 무당을 표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거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한 정말 표현을 잘한 것 같다.
그렇지만 '화림' 캐릭터는 실제 무당과는 거리가 멀다. 자본주의가 만드는 무속인 캐릭터는 잘 살린 것 같다.
Q5. 파묘가 흥행함에 따라 MZ 무당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어떻게 생각하나?
천진선녀
- MZ 무당 자체가 MZ 세대의 의식을 반영해 보다 친근하고 대중적인 무당이란 뜻 같다.
나 또한 MZ세대이니 어느 정도 친밀함은 이해한다. 그런데 무당이란 직업은 신의 뜻을 전달하는 제자이지 않나.
한 사회의 지도자로 대변될 만큼 무게감이 막중하다. 이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똑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신의 뜻을 전달하는 의무와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고려해줬음 싶다.
무당은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너무 가벼이 보기보단 신의 뜻 안에서 인간의 고통과 아픔을 풀어야 하는 업을 짊어지는 봉사자라고 생각해 주었으면 좋을 것 같다.
연화
- 이 또한 세월에 흐름이다. 무당도 그 흐름에 맞추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 법은 고수하되, 요즘 스타일을 덧붙여 MZ 무당을 뜻하는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국운 흐름도 변하는 시점이니 젊은 무당도 많이 늘었다. 그래서 예전처럼 무당이 무섭다는 이미지보단 일반인에게 가까이 신의 존재를 일러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천리안
- 어느 업이건 시대에 따라붙는 이름은 늘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MZ 무당 또한 그 일환이 아닐까 싶다. 좋은 뜻으로 불러주든, 비판의 의미로 불러주든 결국 제자, 무당의 본질은 변할 수 없다. 그렇기에 나는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Q6. 무당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다. 남다른 고충이 있는가?
천진선녀
- 내담자를 만나며 간절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를 찾아주는 모두가 원하는 바 이루길 바란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뜻을 이루면 조금도 힘들지 않다.
그래도 힘든 부분을 굳이 꼽자면... 간절한 분들을 위해 기도를 한다. 이미 정해진 결과와 불가피한 상황을 전부 해결하지 못할 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결과를 알리고 수용할 수 있도록 설득할 때, 그때가 가장 힘들다.
연화
- 적어도 나를 찾는 모든 사람이 하나라도 얻어 가는 것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힘겨운 상황에서 나를 찾아온 만큼 갈피를 잡을 수 있도록 등불을 밝히는 마음으로 내담자를 대한다.
천리안
- 보이는 그대로 전달하고 그게 좋은 방향으로 풀리면 기분이 좋다.
반면 부정적이고 안 좋은 방향이 많이 보일 때, 전달 과정에서 이입이 된다. 10년째 이건 아직도 항상 어렵다. 그럼에도 이런 부분을 내담자가 미리 알고 있어야 예방할 수 있다. 내 말을 듣고 삶의 방향을 바르게 잡아갈 때 뿌듯함과 만족감을 얻는다.
마지막 답변을 끝으로 세 사람 모두 대중들의 관심이 싫진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라고,
지금 자리에서 더 노력하면 언젠간 많은 분들이 알아주시지 않겠냐며 해맑게 웃는 모습이 영락없는 청춘의 얼굴들이었다.
MZ 무당을 주제로 시작된 인터뷰였지만, 인터뷰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는 세 사람의 태도에서 나이가 아닌 직업이 보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무당이라는 직업은 나이보다는 인생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현재 세 사람은 사주나루에서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매개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린 나이에 신을 받았지만 제자의 길을 의연하게 걷고 있는 천진선녀, 연화, 천리안 세 사람의 청춘은 그렇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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