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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나무 Dec 26. 2023

나의 동료(들)에게

저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소속감도 좋아해서 늘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던 학창 시절이 너무나도 행복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말인 즉, 일을 할 때도 팀을 좋아합니다.


신입사원 시절, A 과장님과 한 부서에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을 하던 어느 날, 팀장님이 저와 과장님을 불러 과장님께 저의 부서이동을 요청하였습니다.

팀장님은 과장님께 괜찮냐고 물으셨고 

과장님은 "네, 전 아무 상관없어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순간에 전 큰 충격을 받았고 과장님께 "과장님 저희 팀 아니었나요?"라고 반문한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성향의 과장님이시기도 했지만 제가 다녔던 회사는 특히 개인이 각자도생 하는 회사였고

저는 그 안에서 혼자 팀마인드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후 위의 일을 상처라고 부르기도 무색할 만큼 많은 일들을 겪고 저 역시 그 안에서 '개인'으로 잘 적응해 나갔습니다.

동료는 없었지만 좋은 '친구'들은 있었기에 나름 즐겁게 회사생활을 해 나갔습니다.

이후 옮겨간 회사에서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고 저는 그토록 원했던 동료들이 생겼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동료란 이런 존재였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함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지식을 나누며 새로운 것을 창조내해는

내가 지치거나, 동료가 지쳤을 때 서로를 대신해 주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서로가 부족한 점을 보완해 우리가 함께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말 제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그런 동료들이 한두 명이 아닌 심지어 여럿이었으니 저는 엄청나게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동료들과 일을 한다는 것은 즐거움을 넘어 벅찬 감정까지 들게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동료에게는 시기의 마음이 아닌 '이런 사람이 내 동료라니!'라는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고 이 동료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힘든 과업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의 동료들은 순수한 열정을 보여주었고 함께 일을 하며 반짝이던 그 순간 함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상처를 겪었습니다. 

상처라는 건 리더라고 단시간에 의연하게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조차도 태풍에 표류하는 배 같아서, 지난 과정들이 대체 나에게 어떤 것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피상적인 이야기밖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꼭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리더로서의 의무감이 아니라 그냥 그 순간 함께 한 동료들에게 지난 과정들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완전히 그 의미를 파악한 건 아니지만 내가 미처 찾지 못한 의미들은 나의 동료들이 찾아줄 거라 믿기 때문에 제가 찾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과업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과업에 대해 내가 맞았다. 당신이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해보기 전에는 그 결과값을 절대로 알 수 없기에 완벽한 선택이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그 결과에 상관없이 그 과업을 '해'본 그 자체가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과업을 행하다'

'과업을 이룩하다'

전자는 과정이고 후자는 결과입니다. 결과는 점이고 과정은 선인 것 같습니다.

점은 점일 뿐이지만 선은 큰 동그라미도 그릴 수 있고, 도화지밖을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결국 내 인생의 큰 그림들을 그려내는 건 '선'인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모두가 다릅니다.

각자가 너무나 다른 존재고 각자의 시각으로 각자의 세상을 살아갑니다.

이 우주가 어마어마하게 큰 만큼 그만큼 모두가 다릅니다.

그렇게 다른 개인들이 개기일식처럼 겹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함께 해내는 순간입니다. 어떤 것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간, 그 과정에서는 얻게 되는 지식들, 번뜩 떠오르는 창조적인 아이디어,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일치되는 그 순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기쁨, 그리고 언젠가 같은 생각을 하는 순간을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

저는 이 벅찬 순간을 누군가와 같이 느낀 그 시간이 있기에 지난 과정들은 저에게 의미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우리의 동료들은 또다시 각자의 세상으로 나아갑니다.

각자의 세상에서 서로를 잊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의 '동료'로서 함께 한 시간이 존재하기에 그 시간들은 가치 있고 빛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나의 동료들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언젠가 힘든 순간이 또 찾아온다면 어디선가 당신을 응원하는 당신의 '동료'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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