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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초코바 Dec 27. 2019

렌즈를 끼다

"그렇게  보이는데 어떻게 지냈어요?"

 안과에서 비싸게 맞추고 두 번이나 잃어버린 딱딱한 하드렌즈를 가벼운 소프트렌즈로 바꿀 때 안경사가 던진 말이었다. 오른쪽과 왼쪽의 시력차가 크다며 안경 렌즈 차이를 재밌게 보여주던 분이셨다. 아무렇지 않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앞이 뿌옇게 보일 거 아녜요. 글씨도   보이고."

"그래도, 불편한  없었어요. 뿌옇다기 보단 자세히 보이지 않는 거고, 오히려  보이는  편했어요."

 별난 대답이라 생각했는지 안경사가 꼬리를 잡고 늘어지진 않았다. 다만 그리 대답한 내게 도리어 혼란스러웠다. 세상을 사는데 불편한  정말 없었단 말이야? 답답하고 속 터지고 화가 나서 원망스러울 때도 없었다고?! 곰곰이 생각에 빠지려는 내게 안경사가 말했다.

"편할 때가 있긴 해요. 보고 싶지 않은 ,  감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도 우리, 밝게 봅시다."

 안경사는 곧바로 자신의 신분에 걸맞게 오른쪽 눈에 맞는 소프트렌즈를 건넸다.

"거울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왼손 검지로 윗 꺼풀을 벌리고 엄지로 아랫부분을 벌려서 눈에 붙이듯 밑에서부터 넣으면 돼요."

 부자연스러운 손동작에  번을 고생한 끝에 렌즈가 눈에 자리를 잡았다. 존재감이 뚜렷해서 아프기까지 했던 하드와 다르게 소프트렌즈는 종이조각 같았다. 눈앞에 또렷하게 비치는 안경사의 얼굴이  증거였다.

"어때요? 보여요?"

". 안경점이 생각보다 크네요. 천장도 높고. 귀여운 장식도 많이 해두시고."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죠?"

 쇼윈도 너머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가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거짓말같이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달려왔다. 여자가 삐진 듯 제자리서 돌아서자 남들 의식 않고 여자를  안아주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러웠다. 고개를 돌리자 안경사가 짓궂게 웃었다.

"안 보고 싶어도 보이는  흠이지만요."

 아닌  시치미를 떼긴 했지만 이미 얼굴에 드러났겠지. 앞으로 렌즈를 끼면 얼마나 아닌 척, 모르는 ,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누구 말이 맞는지 궁금해졌다. 보이는 쪽이 좋을지  보이는 쪽이 좋을지. 천천히 시간을 들여 확인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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