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끼다

by 맛있는초코바

"그렇게 안 보이는데 어떻게 지냈어요?"

안과에서 비싸게 맞추고 두 번이나 잃어버린 딱딱한 하드렌즈를 가벼운 소프트렌즈로 바꿀 때 안경사가 던진 말이었다. 오른쪽과 왼쪽의 시력차가 크다며 안경 렌즈 차이를 재밌게 보여주던 분이셨다. 아무렇지 않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에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앞이 뿌옇게 보일 거 아녜요. 글씨도 잘 안 보이고."

"그래도, 불편한 건 없었어요. 뿌옇다기 보단 자세히 보이지 않는 거고, 오히려 안 보이는 게 편했어요."

별난 대답이라 생각했는지 안경사가 꼬리를 잡고 늘어지진 않았다. 다만 그리 대답한 내게 도리어 혼란스러웠다. 세상을 사는데 불편한 게 정말 없었단 말이야? 답답하고 속 터지고 화가 나서 원망스러울 때도 없었다고?! 곰곰이 생각에 빠지려는 내게 안경사가 말했다.

"편할 때가 있긴 해요. 보고 싶지 않은 건, 눈 감지 않아도 되니까요. 그래도 우리, 밝게 봅시다."

안경사는 곧바로 자신의 신분에 걸맞게 오른쪽 눈에 맞는 소프트렌즈를 건넸다.

"거울을 보고 눈을 크게 뜨고 왼손 검지로 윗 꺼풀을 벌리고 엄지로 아랫부분을 벌려서 눈에 붙이듯 밑에서부터 넣으면 돼요."

부자연스러운 손동작에 몇 번을 고생한 끝에 렌즈가 눈에 자리를 잡았다. 존재감이 뚜렷해서 아프기까지 했던 하드와 다르게 소프트렌즈는 종이조각 같았다. 눈앞에 또렷하게 비치는 안경사의 얼굴이 그 증거였다.

"어때요? 보여요?"

"네. 안경점이 생각보다 크네요. 천장도 높고. 귀여운 장식도 많이 해두시고."

"보이는 것도 나쁘진 않죠?"

쇼윈도 너머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자가 추위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거짓말같이 연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여자에게 달려왔다. 여자가 삐진 듯 제자리서 돌아서자 남들 의식 않고 여자를 꽉 안아주었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부러웠다. 고개를 돌리자 안경사가 짓궂게 웃었다.

"안 보고 싶어도 보이는 게 흠이지만요."

아닌 척 시치미를 떼긴 했지만 이미 얼굴에 드러났겠지. 앞으로 렌즈를 끼면 얼마나 아닌 척,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할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누구 말이 맞는지 궁금해졌다. 보이는 쪽이 좋을지 안 보이는 쪽이 좋을지. 천천히 시간을 들여 확인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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