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지역
퇴사하는 회사 동료가 내민 마지막 인사에는 묵직한 진심이 실려 있었다. 홋카이도 출신인 그가 건넨 술 한 병. "이 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라는 확신에 찬 한마디는 그 어떤 긴 작별 인사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끼고 아껴두었던 그 마음을 비로소 잔에 따르던 날 홋카이도의 하얀 눈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병에 새겨진 로고는 마치 닌자의 표창 같기도 혹은 소중한 사람을 지켜주는 부적 같기도 하다. 그 정갈한 디자인만큼이나 첫 모금은 환상이었다. 이런 술맛도 있구나 할 정도였으니.. 싱그러운 청포도 산미가 혀끝을 스치고 뒤따라오는 가벼운 탄산감은 기분 좋은 생동감을 전해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그 끝 맛이었는데 마치 갓 내린 눈 위를 걷는 것처럼 어떠한 잡념도 남기지 않고 투명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그 정직함에 놀랐다.
이 술을 빚은 카미카와다이세츠 주조 역사 또한 한 편의 드라마더라. 2016년 잠들어 있던 미에현의 양조 면허를 깨워 홋카이도 맑은 물과 대지 위로 옮겨온 청년 같은 열정이 이곳에 깃들어져 있다. 100% 홋카이도산 쌀만을 고집하며 니혼슈 품평회에서 3년 연속 금상 영예를 안고 JAL 퍼스트 클래스 손님들에게 선택받은 이유를 비로소 알 것만 같았다. "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던 그 동료의 말처럼 카미카와다이세츠는 화려한 수식어보다 본질에 충실한 맛 그 자체였다. 홋카이도의 혹독한 추위를 견뎌낸 뒤 찾아오는 고요한 봄볕 같은 술! 덕분에 한동안 잊고 지냈던 누군가의 진심을 아주 달게 마신 저녁이었다.
브랜드: 카미카와다이세츠(上川大雪) 특별 준마이
특징: 정미율 60%, 도수 16도, 청포도 향과 깔끔한 피니시
가격대: 720ml 기준 약 2,200엔 / 1.8ℓ 기준 약 3,080엔
제노베제 두부 (바질의 향과 소스의 감칠맛이 가미카와 폭설의 단맛과 잘 어울림)
카르파초(얇게 썬 생선/육류)와 카프레제(토마토, 모차렐라) 차가운 전채 요리
나마햄 멜론(상쾌한 풍미와 함께 세련된 저녁 반주 안주로 굿)
훈제 치즈와 젓갈류 (진한 맛의 준마이주에 안성맞춤)
홋카이도의 하얀 눈처럼 순수한 카미카와다이세츠는 단순한 술 한 병을 넘어 동료가 건넨 마지막 진심을 느낀 술이었다. 잡념을 남기지 않는 투명한 끝맛과 맛의 생동감은 척박한 땅에서 일궈낸 양조장의 뜨거운 열정을 그대로 대변해 주었다. 또한 동료의 한마디가 가끔 잊고 살았던 사람의 진심이 얼마나 달콤한지 깨닫게 되었다. 홋카이도 설산의 마음이 담긴 이 술 한 잔이 저녁 식탁에도 따스한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알쓸사잡(알면 쓸데없는 사케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