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지역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아키타의 풍경과 그 속에서 피어난 정갈한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유키노비진(ゆきの美人)이다. 즉 눈 속의 미인인데 이름만 들어도 겨울바람이 불고 있는 넓은 설원에 자태가 고운 미인이 고운 자태로 서있는 것 같은 연상이 드는 네이밍이다.
눈이 시리도록 많이 내리는 아키타의 계절감에 예부터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지역의 자부심을 슬쩍 얹어낸 이름이 우아하다. 이 술은 태생부터가 남다르다. 거대한 양조장이 아닌 현대적인 맨션 1층에 자리 잡은 작고 정밀한 양조장에서 시작했다. 마치 실험실처럼 철저하게 온도를 관리하며 일 년 내내 술을 빚는 '사계절 양조'를 통해 우리에게 언제나 갓 짜낸 듯한 신선함을 제공하고 있다. 아키타의 젊은 거장들이 모인 쿠라모토 집단 Next 5(新政,一白水成, 白瀑, ゆきの美人, 春霞) 의 멤버답게 전통에 안주하지 않는 혁신적인 감각이 술 한 방울 한 방울에 녹아 있다. 아쉬운 건 젊은 술 양조 집단인 Next5는 2024년 2월을 기점으로 13년간의 활동을 정지하고 각각의 양조장에서 개성이 넘치는 술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에 한잔을 마시면 쌀 특유의 부드러운 감칠맛이 혀끝을 감싸 안으면서 바로 반전이 찾아온다. 완전발효를 통해 군더더기 없이 깎아낸 날카롭고 드라이한 뒷맛이 입안을 서늘하고 깨끗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을 준다. 마치 아무도 걷지 않았던 하얀 눈밭 위에 선명한 발자국을 하나를 남기듯 강렬한 여운을 준다.
브랜드: 유키노비진(ゆきの美人) 준마이 extra
특징: 정미율 65%, 도수 16도
일본주도 +4, 산도 1.8
가격대: 720ml 1,980엔 / 1.8ℓ 3,300엔
쌀의 감칠맛과 날카로운 피니시를 동시에 지닌 유키노비진은 원재료의 맛을 살린 깔끔한 요리를 추천한다.
생선회 (도미 또는 방어로 생선회의 미세한 단맛과 어울림)
소금구이 (소금을 살짝 곁들인 은어 또는 닭 안심과 식중주로 마시면 굿)
야채 스틱과 보리된장 (심플하게 오이나 당근 스틱을 보리된장에 찍어 마셔도 훌륭한 안주)
아키타의 시린 눈밭 위에서 피어난 유키노비진은 온도 관리와 혁신적인 열망이 빚어낸 현대적 미학의 결정체이다. 또한 보통 이런 곳에 양조장이 있지는 않지만 맨션 1층이라는 이색적인 공간에서 일 년 내내 멈추지 않고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안주하지 않는 젊은 거장들의 뜨거운 집념을 보여주는 술이다. 오늘 하루의 복잡한 일상에 휴식이라는 단어를 채우고 싶다면 잘 구워진 은어 소금구이 꼬치에 유키노비진의 투명함을 곁들이며 아키타의 정갈한 겨울바람을 잠시 빌려오는 건 어떨까? 겨울의 차가움과 미인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품은 이 술 한 잔이 당신의 식탁 위를 아름답게 해 줄 수 있을 거다. @알쓸사잡 (알면 쓸데없는 사케잡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