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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kiroo Feb 04. 2019

PETA campaign

동물들을 그리게 된 계기와 PETA 작업 과정

학창 시절, 내 그림은 교과서 귀퉁이에 그린 눈 하나 혹은 옆모습이 전부였다. 완성된 하나의 그림을 그려본 적이 없다. 그래야 하는 이유도 몰랐거니와 전신을 다 그릴 자신도 없었다. 그런 내가 20살이 되어서야 그림 그리는 재미를 알게 되었고 21살 첫 직장에서 캐릭터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대략 그때 즈음부터인 듯하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고 느낀 것이



동물 그리는 것에 관심을 가지던 초창기 그림


캐릭터, 사람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이내 동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다양한 형태와 특징을 가진 동물들을 보며 표현해야 할 범위를 확장해야만 함을 느꼈고 그렇게 동물들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다 보니 묘하게 사람과 닮은 구석이 많다. 눈코 입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도 게으른 녀석이 있는 가 하면 고집 센 못된 녀석도 있다. 사람 사는 세상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축구도하고 농구도 하고 그들도 우리 못지않은 고민들을 가지고 있으며 고통받기 싫어하고 행복을 추구하지 않을까. 


2008년,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일러스트를 연재하고 싶어 졌다. 


 '동물들이 바라본 세상' 동물들이 지금의 인간세상을 바라본다면 뭐라 할까? 단순한 호기심으로 일러스트를 그려나갔고 이내 잡지에 연재할 수 있었다.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니 사람들 관계가 다시 보이고 이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잡지에 연재했던 동물을 주제로한 일러스트들


에버랜드 사파리처럼. 연재했던 그림 중 하나가 동물들이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다양한 인간사를 관광하는 그림이다. (좌측 아래) 그 인간을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길 것이다. 탐욕과 욕심이 끝없고 시기와 질투가 끊임없는 우리들을 말이다.


저 그림들을 그리고 10년이 지나서
다시 한번 이런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그리게 될 줄은 몰랐다.



2018년, PETA 측으로부터 캠페인 광고 일러스트 의뢰를 받았다. PETA는 동물 권리를 위한 세계적인 단체로, 전 세계 2백만 명의 회원이 있는 세계적 규모의 동물 권익단체이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동물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더 담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는 5명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나는 그 중한 명이다. 에이전시인 Rocket Yard Studio와 콘셉트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서커스'를 주제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로 했다. 이외 다른 작가들은 닭싸움, 투우, 개 경주, 숲속 동물 덫을 주제로 했다.


서커스, 우리에겐 엔터테인먼트이지만 그들에겐 고통스러운 삶이다. 


무수히 많은 동물들이 쇼를 구경한다. 인간이 점프하여 불꽃으로 둘러싸인 링을 지나자, 어떤 동물들은 스릴을  즐기기도 하지만 이내 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동물들도 있다. 무거운 주제이지만 적당한 유머와 밝음을 함께 담고 싶었다. 우선 스케치를 해보자.


머릿속에 상상했던 느낌을 일단 연필로 그려본다.



캐릭터 디자인을 오래 한 만큼 동물들 하나하나의 개성을 살리고 싶었다. '주토피아', '씽' 등의 애니메이션을 보면 개성 있는 동물들이 대거 등장하는데 그 영향을 받았나 보다. 스케치 초안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했고 클라이언트도 모두 만족해했다. 이제 라인을 완성하고 컬러링을 하면 의도한 느낌은 나올 것 같았다.



스케치 위에 깔끔한 라인을 그리고 구체화한다.


기본 컬러링을 하고 명암을 더해 입체감을 준다.


여기까지 작업을 하고 나니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구체화되어 간다. 알록달록한 사탕들처럼 컬러풀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단계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살리고 덜 중요한 부분은 어둡게 처리해 집중의 단계를 구분해야 한다. 무대 중앙의 사람을 첫 번째로 강조하고 두 번째 호랑이 조련사 세 번째 바로 뒤 관중. 가장 가까이에 보이는 뒷모습 동물들을 마지막에 둔다. 

과정은 꽤 순조로웠다. 아무래도 내 스타일을 염두하고 의뢰가 들어와서인지 수정사항 없이 일사천리로 통과가 되었다. 최종 PETA에서 검수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지만 손을 댈 일은 없었다. 10년 전 그리던 때와 비교해보니 완성도가 높아진 듯하여 헛된 사간을 보내진 않은 듯했다. 


Animal Rights. Human Wrongs.


Advertising Agency: Rocket Yard, Tallinn, Estonia
Art Director: Oussama Founi
Account Manager: Ann Kelkej
Agency Producer: David G.
Account Executive: Alex Payne
Production: Rocket Yard Studio
Illustrator : Sakir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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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ehance.net/gallery/75329253/Peta-Cruel-Sports-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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