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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 Chuisle Jun 24. 2017

Chalk Art 입문기

평범한 고3의 나름 특별한 동아리

 중학생때 우연히 인터넷에서 초크아티스트 David Zinn의 작품들을 봤다.

 귀엽다. 정말 잘그린다. 나도 하고싶지만 나 주제에 어떻게.. 등의 생각들을 했었다. 머릿속 한 켠에 보관해 둔 이 기억을 다시 꺼낸건 5년 뒤, 2017년이다.


 고3, 동아리 활동은 후배들에게 넘기고 공부에 전념해야하는 때가 찾아왔다. 운 좋게도,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싶은 고3들을 위해 동아리신설 신청을 받아주겠다고 했다. 부랴부랴 7명을 모아 자기계발 동아리를 만들었다. 급조한 동아리여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고 독서토론, 글쓰기 등등의 아이디어를 내다가 생각이 초크아티스트로 흘러갔다. 친구들에게 David Zinn의 작품들을 보여줬고 밑져야본전이지! 라는 고3의 치기로 초크아트에 입문하게 되었다.


 사실 우리나라에 스트릿트아트를 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다보니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가 힘들었다. 지식인에 질문을 올려도 감감무소식. 그러다가

zinnart.com이라는 사이트에서 재료에 대한 질문에 남긴 David Zinn의 답변을 찾을 수 있었다.

 평범한 Sidewalk chalk, Vine charcoal(목탄), 색깔이 없으면 파스텔이 필요한 전부라니. 역시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걸까. 인터넷에서 48색초크를 만원에, 챠콜도 몇천원에 구입했다.


 재료는 구비했고, 이제 어떻게 그리면 되지? 다행히 유튜브에서 그의 작업과정을 찾아볼 수 있었다.


1. 흰색 초크로 밑그림을 연하게 그린다,

2. 챠콜로 밑그림의 테두리를 검게 칠한다.

3. 초크로 채색을 한다. 초크로 색칠한 다음 장갑으로 문질러주면 색이 이쁘게 꽉꽉 찬다.

4. 챠콜로 다시 테두리, 명암작업을 한다.

5. 사진 한방 찍으면 완성!

(+6. 진정한 마무리는 비가 와야한다. 여담이지만 이 사이트워크 초크가 워셔블이어서 비에 말끔히 씻긴다고한다.)

준비물도 있고, 작업 과정도 봤으니 이제 그려야지!!

우선 집에서 그려봤다.

 창조의 기본은 모방이니 우선 그의 작품들을 모방해봤다. 처음치곤 만족스러운 결과!! 각각 30분정도밖에 안썼다. (미세먼지가 심해서 오래못했다)

 

이렇게 귀여운 그림들로 행인들에게 동심을 선물하는 스트릿아티스트는 실제로 성격도 착한 걸까. 작업을 하면서 장갑으로 초크가 잘 안문질러지길래

 zinnart.com에 코멘트를 남겼더니 18분만에 답장이 왔다!! (다음 코멘트에 대한 답은 한 달 뒤에 왔지만). 이렇게 고마울수가. 여하튼 그의 조언은 장갑은 목장갑이 최고라는 거였다. 정말 소박하다. 재료에 목장갑 추가!

친절한 답변. 영작실력은 용서해주시길

그림도 그려봤으니 이제 정말 동아리활동 본격 시작!!..?? 하려는데 아뿔싸. 어디에다 그리지. 공공기물 훼손죄로 잡혀가고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미리 그려본 그림의 사진 2장을 달랑 갖고 동아리 담당 선생님께 허락을 구하러 갔다. 교감쌤, 학생부 쌤들까지 순서대로 찾아뵜는데 생각보다 쉽게 허가가 났다. 아니, 오히려 적극 장려하셔서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그림만 그리고 바로 지우려는 생각이었는데 쌤들이 이왕하는거 남겨두라고 하셨다. 더 나아가 방수 스프레이를 뿌려서 영구적으로 남기는 방향까지도 제안하셨다. 오 마이 갓. 이분들이 내가 알던 보수적인 분들이 맞나? 어른들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동아리 활동을 해 나갈 수 있게됬다. 현재 3주차고 위와 같은 그림들을 그려봤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동아리 부원이 아닌 친구들도 같이 그릴 때가 있다^^


 동아리 기장으로서 어떻게든 동아리를 잘 운영해보려고 하다보니 시간을 정말 많이 썼다. 하지만 그만큼 충분한 보상을 얻었다. 이 그림들이 학교 친구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여유와 풋풋한 동심을 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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