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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6. 2024

억지로 미룬 일 후회 없다.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들이 들려준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다.


어제 엄마가 먹지 말라던 초콜릿이다.

진짜 먹고 싶었다.

엄마가 못 먹게 해서 안 먹었다.

양치하는데 슬펐다.

눈물이 나는데 엄마가 우는 흉내를 냈다.

짜증이 났다.
자기 전에 초콜릿 먹고 싶다고 내일 아침에 먹겠다고 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안 먹고 싶을 수도 있으니까 비빔면을 해달라고 했다.

자고 일어났는데 엄마는 비빔면을 안 해줄 게 뻔하다.

그래서 김치볶음밥 해달라고 했다.

엄마는 알겠다고 했다.

나는 아침에 계란 프라이 올린 참치김치볶음밥을 먹었다.

맛있었다.







어쩐 일로 아침 눈 뜨자마자 비빔면이 아니다.

김치볶음밥을 해달란다.

그래, 그건 해줄 수 있다.

참치 넣고 김치 넣고 밥 넣고 휘리릭 볶아내서 김가루 올리고 계란 프라이 하나 탁 올려주었다.

책을 보며 김치볶음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들에게 비빔면에 "ㅂ"자도 꺼내지 않았다.

물론 초콜릿에 "ㅊ"자도 꺼내지 않았다.

사실, 굳이 먹는 걸로 제한을 두진 않지만 나는 그저 자기 전 밤과 자고 난 후 아침부터 찾는 자극적인 맛을 식탁 위에 내놓고 싶지 않았다.

아들의 충치 걱정과 위장이 걱정될 뿐이었다.

거의 매일같이 매운 것만 찾는다.

매운 게 나을까, 단 게 나을까?






오늘의 김치볶음밥은 사실 김치볶음밥이라고 할 수는 없다.

김치는 아주 조금, 양배추 조금, 적당한 단짠단짠의 양념으로 참치도 넣고 우엉도 넣었다.

빨갛지 않아서 혹시나 알아차릴까 봐 계란 프라이 크게 부쳐 덮어놓고 김가루에 깨 솔솔, 참기름까지 뿌려줬다.

다행히 책에 정신이 팔렸다.

책에게 고마웠다.

아들도 책을 잘 골랐다.

잘 먹어줬지만 아들의 입장에서는 비빔면이 안 될 것 같으니 차선책으로 좋아하는 김치볶음밥을 택했던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들 녀석도 엄마를 닮아 잔꾀가 늘고 있다.






아들도 엄마도 아침을 쉽게 해결한 듯하다.

이쯤 되면 누구는 피곤하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지혜로운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들 녀석도 현명했다.

이따가 하교할 때 초콜릿을 가져가 웃는 미소 한 번 더 봐야겠다.

엄마 새끼, 이쁜 새끼, 내 새끼♡

이왕이면 엄마가 직접 해주는 음식을 먹고 좋아해 줬으면 좋겠는데 나야말로 모 기업의 감칠맛들이 좋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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