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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5. 2024

미룰 수 있는 건 미뤄도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미루면 안 되나 보다.

아들 녀석이 소중하게 쥐고 있던 초콜릿이다.

식탁 앞에 밥이 있으니 조용히 내려놓는다.

저녁 먹고 먹겠대서 그러라고 했다.

그러나 저녁 먹고 레이싱카를 갖고 노느라 잊어버린 탓에 먹지 않은 초콜릿이 덩그러니.. 조용히 모르는 척 냉장고에 넣어뒀다.

잠들기 전 양치하자는 말에 생각난 아들이 이제 와서 초콜릿을 먹겠단다.

"지금 초콜릿 먹고 양치 제대로 안 하면 이가 다 썩는다? 엄마 같으면 차라리 내일 일어나서 먹겠어."






한 조각만 먹겠다는데 바로 잘 시간이라 안된다고 했더니 세상 불쌍한 표정으로 한숨 쉰다.

한숨 쉬지 말라고 잔소리 좀 했다.

곧장 화장실로 삐쳐서 들어가더니 눈물의 양치를 한다.

"남자는 이런 일로 울지 않는다~?"그랬더니 이번엔 분노의 양치질을 선보인다.

짜증은 나지만 양치는 꼼꼼히, 제대로 하는 녀석이다.

귀엽고 소중하지만 자기 전만큼 초콜릿은 미뤄도 된다.

엄마가 원망스러워도 어쩔 수 없다.






양치하고 나오니까 초콜릿은 잊었나 보다.

개운하다며 웃어 보이는 미소에 앞니가 텅 비어 있으니 새까맣게 초콜릿이 붙어있는 줄 알았다.

덩달아 웃으며 침실로 자러 들어갔다.

잊은 줄 알았던 초콜릿 이야기가 다시 시작됐다.

"엄마, 초콜릿은 내일 일어나자마자 먹어도 돼요?"

"자고 일어나도 그렇게 생각나면 한 조각 먹어~!"

"엄마, 그냥 초콜릿 안 먹을게요, 대신 내일 비빔면 해주세요!"

"...................................."

그냥 초콜릿 먹였어야 했다.

[아빠(의) 새끼 참고]






희한하게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은 잘 안 찾는다.

짬뽕을 찾는다.

한동안 짬뽕 투어를 다녔다.

맵부심이 있다.

희한하게 또래 친구들이 좋아하는 갈비는 잘 안 찾는다.

닭갈비를 찾는다.

적당히 빨간 건 또 안 좋아한다.

무조건 새빨갛게 매워야 한다.

내일 아침은 이대로 비빔면이 될 것인가, 조용히 모르는 척 밥으로 내밀 것인가,

며칠 전 비빔면으로 천국과 지옥을 맛본 후라 심히 고민되는 밤이다.

완벽히 엄마 식성이다.

내 식성이 처음으로 잘 못된 기분이다.

잠 못 이룰 밤이 되겠다.

내 마음의 부담 한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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