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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5. 2024

꽃 밭에는 꽃들이 모여 산다.

뭐 눈에 뭐만 보이는 게 진리다.

아침부터 카페를 갈까 말까 고민을 했다.

아들 녀석이 스타벅스로 가란다.

엄마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노트북 펼치고 앉아있는데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하는 팝송이 흘러나온다.

마구 신난다.

음악 하나로 기분이 이리 좋을 줄이야.

어제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역시 알던 대로, 익숙한 공간으로, 익숙한 커피 향을 즐기러 오는 것도 나쁘진 않다.

새로운 기분, 쌀쌀해진 날씨덕인가?

겨울을 미리 느끼는 기분이다.

그래, 난 겨울을 좋아했지,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온다.

심지어 속으로는 어깨춤까지 둠칫둠칫 추고 있다.

오늘 제대로 날 잡았다.

아들의 호기심 어린 장난꾸러기 눈빛이 나에게도 나오고 있다.

역시 아들은 나의 피도 흐르고 있었다.

아들 생각에 웃음꽃을 피워본다.








카페에 앉아있다 보면 둘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운다.

본의 아니게 들리는 경우 속상하기도, 재미있기도, 한심스럽기도, 거슬리기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캐릭터로 사람 공부가 되어준다.

살면서 사람을 피해서 살 수 없는 게 운명이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가도 사람이 제일 좋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 하고나 웃으며 웃음꽃을 피우진 않는다.

피곤할 때가 많다.

혼자인 시간도 즐기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아는 사람과의 이야기 꽃을 즐긴다.

꽈배기를 잔뜩 먹은 날은 사람을 안 만나는 게 상책이고, 상대도 꽈배기 먹은 날은 알아서 피해 주는, 그런 적당한 선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도 서서히 생기다 보니 아무 하고나 힘들게 감정 낭비를 하지 않게 됐다.

굳이 내 안의 악마를 데리고 나갈 이유가 있나,

사실, 우리 신랑한테 배웠다.

회사에서 재무팀, 법무팀, 인사팀을 거쳐 상사들의 거친 입을 감당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8시까지 버티고 버티다 들어올 때면 늘 가벼운 모습이 의아했다.

하루는 물었다.

"오빠는 스트레스 안 받아? 회사 얘기 들어보면 내가 다 스트레스야, 일을 왜 오빠가 다 해?"

"사회생활이잖아, 스트레스받아도 어쩔 수 없지. 집에 올 때는 다 털어내고 들어와야지^^"

또 하나의 깨달음이었다.








대단한 인성이다.

그래, 내가 이런 모습을 보고 첫 만남 한 시간 만에 결혼을 할 것 같았고, 결국 결혼했다.

신혼 때부터 지금까지 조용히 갑작스럽게 캔맥주를 사들고 들어올 때가 있다.

평소 술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다.

"아, 오늘이 스트레스받은 날이구나?" 이제는 바로 알아차린다.

매운 주꾸미 볶음이나 부침개, 신랑이 좋아하는 걸로 저녁 겸 안주를 내놓는다.

가족과 함께하는 카페, 등산, 1박 2일 여행 등을 통해 꽈배기 설탕 털 듯 스트레스를 털어내고, 꼬인 마음도 풀어가며 한 주를 새롭게 시작한다.

꽃 밭에 꽃이 모여 살듯 나도 꽃이 되어야겠다.

하늘을 자유로이 날갯짓하는 새가 될 순 없어도 꽃 밭에서 자유로이 날갯짓하는 나비나 꿀벌이 되어도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건강한 대화를 나누며 향기 나는 이야기 꽃을 피워야겠다.

향기로운 사람과 향기로운 관계를 만들 것이다.

오늘의 스타벅스는 쌀쌀해진 날씨 덕인지 센스 있는 음악을 내게 선물로 주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뜬금없이 훅 들어오는 센스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겠다.

꽃 밭에서 어울려야겠다.

스타벅스, 오늘은 여기가 꽃 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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