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형인 내가 일방적으로
외향형인 너희들에게 쓰는 편지
외향형 친구들아, 안녕? 반가워^^
나는 내향형이야.
우선 나는 굉장히 소극적인 사람이야.
대화할 때 우물쭈물 말 끝을 흐린다거나 횡설수설, 위축된 자세가 드러나기도 하는데 오해는 하지 마.
매번 그러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말을 못 해서도 아니야.
너희 외향형인 친구들과 함께 분위기를 띄워 가기에는 마음 어딘가에 시간이 필요한 것뿐이야.
솔직히 말하면 임기응변이 잘 안 되는 편이기도 해.
위축될만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본의 아니게 드러나게 하는 상대도 가끔 있거든?
왜 당당하지 못하냐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 같은 내향형은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지 못해.
당당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가 스트레스거든.
그럼 나 같은 사람은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할까?
글쎄, 왜 소극적인 나만 지적을 받아야 할까?
상대를 봐가면서 얕보는 사람들도 넘쳐나는 마당에, 배려라는 게 사실 별 거 없잖아.
조용한 사람 앞에서 조용하게, 활달한 사람 앞에서 활달하게, 분위기에 맞게, 상대의 성향에 맞게 아주 조금만 배려해 주면 나처럼 내향형 친구들도 편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서서히 활달해지거든.
왜, 사람마다 속도가 다르기도 하잖아?
나 같은 내향형 친구들에게 그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야.
내향형인 친구들이 갑자기 너희 외향형 친구들처럼 분위기를 맞춰 가려면 가식이라는 가면도 써야 하고, 체력도 금방 방전되거든.
물론 나는 내향형이기 때문에 너희 외향형 친구들의 마음까지 알 수는 없어.
그래서 너희 외향형 친구들이 이해나 공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하기도 해.
누군가 외향형 친구들이 답장을 전해주면 좋겠네.
여하튼, 내향형이라고, 소극적이라고, 약점으로 보며 나를 과소평가하지 말아 줘.
나도 아주 가끔은 신나서 흥이 나는 경우도 있어.
극히 드물지만 말이야.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지만 적어도 앞에 마주하고 있는 상대가 내향형이란 생각이 들면 분위기나 목소리 톤부터 맞춰보려는 시도라도 해줄 수 있을까?
나는 원활한 소통을 원하고, 차분한 대화를 원하는 것뿐이야.
건강한 관계로 소중한 너희들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잘 지내고 싶어.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쓴 편지가 부담이 되었다거나 불편하다면 미리 사과할게.
하지만 내향형인 데다가 소심하기까지 한 내가 쓴 이 편지도 나름 용기거든?
이해해 주길 바라.^^
그럼 이만 쓸게.
안녕, 어딘가에서 흥을 감추지 못하는 외향형 친구들에게 나라는 내향형 친구가 조용한 집에서 쓰는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