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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19. 2024

아침부터 나쁜 손

피로일까, 식욕일까?

잠을 자도 피로한 눈, 체력은 금방 떨어지고 날씨는 춥고, 계속해서 늘어진다.

나도 어쩌면 겨울잠이라도 푹 자야 하는 동물인가, 싱거운 농담 한마디에 아들 녀석이 피식 웃고는 엄마가 좋아하는 커피 마시란다.

아침부터 웃는 녀석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충전됐다고 믿었으나 등교하는 순간 다시 방전되는 체력이다.

오는 길에 동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사들고 나왔다가 늘 지나쳤던 간식창고를 발견하고는 나도 모르게 들어갔다.

골라놓고 보니 다 초코다.

당이 당기는 것인가 카페인이 당기는 것인가?








얼마 전, 만두 빚고 동네 친구에게 전달하고, 잘 먹었다며 친구는 더 귀한 홍시를 건넸다.

시골에서 보내주셨다는데 어쩜 그리 예쁠까, 진심으로 챙겨주려는 마음까지 더해져서 감이 더 예뻐 보였다.

평소엔 잘 안 먹는 감이지만 이번엔 맛있게 먹었다.

물론 아들과 신랑이 거의 다 먹었지만.

다홍빛 통통하고 예쁜 녀석들로 여덟 개나 줬는데 이틀 만에 일곱 개가 사라지고 이제 딱 하나만 남았다.

천연 당분 간식거리가 눈앞에 있음에도 나는 커피를 마시고, 초코바를 입에 넣는다.

그냥, 살이 찌려는 신호인 건가, 겨울을 버텨내라는 일종의 지방 덩어리 패딩을 걸치라는 뜻 같아 속상하지만 일단 오늘 필요한 건 초코바와 커피 한 잔이다.








먹고 나서 후회하기 싫어 입은 초코를 느끼지만 눈은 홍시로 간다.

"내가 먹는 것은 홍시다."라고 생각하며..

단감 아니면 관심이 없는 나에겐 그냥 물렁 감인데 홍시, 연시, 대봉, 이름들이 다양한 것이 새삼 또 다르게 느껴진다.

하나 남겨놓고 아낀다고 안 먹고 나간 아들 녀석이 떠오른다.

아끼다 똥 된다고 동심을 깨주니 다녀와서는 먹겠다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 정이 든다.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쁘다.

날이 더우면 더위 먹었나 싶겠다만 이 추위에 정신이 나갔나 싶다.








기가 막히게 정신이 번쩍, 후회해봤자다.

이미 초코바는 사라졌다.

이런 나쁜 손, 늘 피로감을 느낄 때 찾는 초코와 커피, 이 정도면 아주 안 좋은 버릇이다.

고칠 게 생겼네.

그나저나, 엉뚱한 생각이 스친다.

썩지만 않는다면 저 통통한 홍시 녀석을 키우고 싶다.

눈앞에서 계속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곱디고운 홍시 녀석이다.

이따가 하교하는 아들 녀석 데리고 마트나 다녀와야겠다.

다홍빛 매력을 뽐내는, 나쁜 손이 스쳐간 통통하게 오른 홍시 사러...

아침부터 과하게 배부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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