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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03. 2024

12월, 오늘은 평범하지 않은 날

평범한 하루 속에 감사함

할 일이 많다. 

12월엔 특히나 바쁘다.

아무리 저질 체력이라 해도 12월은 약속을 일부러라도 만든다.

열두 달 중에 12월을 가장 좋아하는 나, 가장 설레고 신나는 달이다.

누군가에겐 행복한 달, 누군가에겐 힘든 달이 될 수 있겠지만  모두가 이왕 살아가는 동안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달, 좋아하는 계절은 조금이나마 더 노력해서 행복을 얻었으면 좋겠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따듯한 커피와 함께하니 이것 또한 행복이다.

평범한 날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날, 오늘은 딱 그런 날, 감사한 날로 시작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하루는 지나가는데, 나는 대체 어떤 보람을 느끼려고 그렇게 애를 쓰며 살려고 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하루다.

특별하게 무언가 하지 않으면서 특별하게 살고 싶은 나는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 결국 분수에 맞게, 지금 이대로를 만족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평소 베이킹을 아주 가끔 하기에 친구들 만나는 주가 다가오면 우리 집 오븐이 바쁘게 돌아간다.

크럼블 파이가 먹고 싶대서 만들어 식혔다가 자르고 포장지에 쏙, 냉동고로 직행한다.

다른 친구는 초콜릿 쿠키가 먹고 싶대서 반죽해서 냉장실에 잠시 휴지, 모양 만들어 오븐에 쏙, 오븐이 열 일 하는 동안 나는 여유를 마저 즐긴다.

무심코 밖을 내다보니 눈이 언제 내렸었나 싶다.

앞으로 점점 더 앙상해질 나무들 위로 하늘이 참 예쁘다.

머릿속에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그러나 왠지 모르게 신난다.

누군가 산만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나의 오늘만괜찮다고 말하며 최대한 내 감정에 집중한다.

여유를 누려가며 신나게 하루를 맞이하던 때가 최근에 언제 있었나 싶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던 어린아이 때가 떠오른다.

그저 나가서 뛰어놀 생각에, 친구들을 만나러 갈 생각에, 한없이 신나고 좋았던 , 기억만큼은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니 흐뭇하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뭘 잘 못 먹었는지 배탈이 나서 화장실도 들락거리는 마당에 그저 좋다.

그래, 오늘이 날이다.

이렇게 아무것도 불평불만이 없는 날,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는 날, 또 언제 있겠어.

신나면 신나는 대로 즐겨보자 이거야~!

달달한 쿠키와 파이,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흐뭇한 걸 어쩌겠어.

가만 보면, 누군가에게 주려고 만드는 무언가로 인해, 받는 사람이 좋아할 생각에, 더 소중하고 감사한 행복을 느끼는 게 아닌가 싶다.

(뭐 물론.. 밤낮 바뀐, 밤마다 괴성을 지르며 싸우는 위층 이웃에게 아침부터 베이킹 냄새로 한방 먹여주는 것도 나름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환기시키려고 열어둔 창문 사이로 차가운 공기, 겨울 냄새가 들어온다.

환기가 필요한 시점엔 아주 반가운 손님이다.

추위는 싫지만 오늘만큼은 불청객이 아니다.

마치 정신이 번뜩 차려지게 내 안의 그 어떠한 나쁜 감정들을 싹 날려주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분위기도, 냄새도, 생각도 모두 환기가 되는 셈이다.








물 주고 관심주니 마구마구 커주는 식물들, 기특하고 뿌듯하다.

평화로운 시간,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다.

감사하고 또 감사한 날, 내가 가장 그리워하고 소망하던 날인데 별거 없는 보통의 하루, 지금은 그 하루에 시작일 뿐인데 순탄한 출발이 마음에 쏙 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마음 가짐에 따라 기분과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고, 잊어야 할 것이 있다면 실체도 없는 허상에 불안이라는 그림자가 마음속을 멋대로 파고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알면서도 또다시 머릿속에, 마음속에 각인시킨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날이 될 수 있는 건 오직 마음만이 아는 사실이니 나의 하루가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이 느낌 그대로 잊지 않으려고 오늘을, 이 순간을 기억해야겠다.

알록달록한, 푸릇푸릇한 잔디밭과 파란 하늘, 동화 속에나 존재하는 순수한 어린아이가 되어 본다.

별거 없는 날, 오늘은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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