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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06. 2024

냉장고 앞에서 불타는 의지

내가 살이 찌는 이유

아침부터 대청소다.

여기저기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깔끔하게 닦아낸다.

화장실 청소까지 깔끔히 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 두 시간 금세 지나간다.

기진맥진, 소파에 퍼질러진다.

에너지 충전이 필요하지만 퍼질러져 누워있는 내가 싫다.

갈증이 난다.

힘든 몸 고이 일으켜 냉장고로 향한다.

이온음료 옆에 소시지가 눈에 띈다.

평상시엔 줘도 안 먹는 소시지, 일주일 전에 신랑이 1+1으로 사 왔던 기억이 떠오르며 조용히 집어든다.

청소 좀 했다고 당장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몸이지만,  먹을 땐 의지가 강해진다.






혹시나 신랑이 찾을 수 있으니 내 입으로 거두기로 했다며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소시지? 어쩐 일로?

"아침부터 청소했더니 당 당겨, 뭐라도 먹어야 해."

"이왕 먹는 거 두 개 다 먹어^^"

"노노, 하나면 돼. 크다. 맛은 있네. 살찌겠지..?"

"0칼로리, 키로 갈 거야^^"

진지한 사람이 농담을 할 때면 확. 이 나이에 키는 무슨.. ㅡ..ㅡ^

한 입 두 입, 뽀득뽀득, 짭조름한 맛이 입맛을 돋운다.

이번엔 눈 앞에 쿠키가 부른다.

달달하다.

다시 소파에 앉으니 자연스레 상체가 스르르, 내려간다.

안돼, 바로 누우면 살쪄.

다시 자세를 고쳐 앉는다.






먹었으니 양심껏,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시작, 칼로리를 태워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우지만 지치는 몸이다.

조용히 냉장고를 열어 두유를 꺼낸다.

두유는 괜찮아, 마시는 거야. 갈증 때문이야.

마시고 나니 얼레, 배가 더 부르다.

작은 집,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이게 뭐 하는 짓인고, 요가 매트에 앉아 바른 자세, 요가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해 본다.

스트레칭, 혈액순환이 되는 듯이 시원하다.

적당히 소화가 된 듯 몸이 가벼워진다.

다시 소파에 앉아보지만 또다시 스르르, 한 몸이라도 되려는지 자꾸만 중력의 힘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눕지 말고 일어나자.

한숨 자고 싶었으나 눈을 번쩍, 몸을 번쩍 일으킨다.

이상하게 주방으로 향하는 몸뚱이다.

배 안 고픈데..

나도 모르게 손이 냉장고 문을 연다.

재워놓은 갈비, 아들 녀석의 아침 메뉴가 눈앞에서 아른아른하다.

안 돼, 이미 먹었어.

아니, 돼. 밥은 안 먹었잖아.

속마음이 시끄럽다.

다시 소파에 앉아 스르르, 눕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해질수록 냉장고 문을 열어젖히는 의지가 강해진다.

힘든 몸뚱이 이끌고 주방으로 향한다.

설거지거리가 가득하지만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손이다.






오, 프라이팬을 마지막으로 제법 싱크대도 깔끔해졌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나도 모르게 어느새 눈앞에 재워놓은 갈비가 있다.

언제 꺼냈더라?

애초에 시작됐던 갈증이 갈등이 됐다.

굽느냐, 마느냐.

그래, 조금만 굽자.

조금만, 먹자.

청소, 자주 하면 안 되겠다.

대청소 핑계 대고 하루종일 치팅데이가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진짜 크긴 크려나보다.

몸뚱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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