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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Dec 26. 2024

아들과 데이트

엄마 마음

아침부터 삼겹살 구워달라는 녀석, 고봉밥 뚝딱이다.

방학 내내 얼마나 커줄라나, 기특하다가도 시간이 멈춰주길 바라는 마음도 굴뚝같다.

잘 먹고 잘 싼다.

운동 겸 뒷산을 걷기 시작했다.

걷고 걷고 또 걷지만 지칠 줄 모르는 아들 녀석과 함께 하니 힘든 줄 모르겠다.

기분이 좋았는지 사진을 찍어달라는 녀석, 뒤이어 엄마 사진도 찍어준다.

힘든지도 모르게 산을 넘어 가까운 역 앞으로 가보니 익숙한 카페 체인점이 보인다.

엄마와 함께 카페에서 공부하려고 했으니 잔뜩 들고 나온 가방을 풀어헤친다.

공부도 즐겁게 해주는 아들 녀석이다.

오늘의 학습을 끝내고 포켓몬 카드놀이를 같이 하고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카페를 나오니 어디선가 김치찌개 냄새가 솔솔 풍긴다.

"김치찌개 먹으러 가자!"

춥기도 했고, 냄새도 맛있게 풍기길래 가자고 했으나 들어가기 직전에 삼겹살이라고 적힌 세 글자를 보고는 삼겹살을 먹는단다.

하지만 점심, 근처 회사 직원들이 몰리는 상황에서 고기 굽기란 쉽지 않다는 것쯤은 안다.

그래도 원하는 아들 녀석에게 알아듣게 설명하려면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사장님~! 지금 혹시 삼겹살 구워도 되나요~??"

"아니요~^^; 점심은 백반만 가능해요~! 어쩌지 아들~ 밥 먹으면 안 될까~?"

사장님 말씀에 시무룩한 아들 녀석, 울기 직전이다.

회사 직원들이 몰리는 상황, 맛집은 분명하지만 삼겹살을 원하는 아들 녀석의 눈물을 보여줄 순 없다.

 얼른 데리고 나가기로 한다.

"사장님 저희는 다음에 다시 올게요~^^;"

"네~ 죄송해요~ 미안해 아들~"






"삼겹살이라고 쓰여있는데 왜 삼겹살을 못 먹어요?"

알리가 없는 아들 녀석에게 설명을 해줘도 기승전 삼겹살, 먹고 싶은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서둘러 검색을 해보니 다행히도 건너 건너 전부 고깃집이다.

유독 삼겹살만 원하는 아들, 아침에도 먹었는데 또 먹냐며 핀잔을 주지만 요즘 거의 매일같이 찾는 걸 보면 아무래도 아들 녀석이 폭풍성장 할 것이 틀림없다.

뭔들 못 사주나.

먹고 싶은 건 다 사주고 싶은 엄마 마음이다.

드디어 사람도 많이 몰려있지 않은 고깃집을 발견하고 들어간다.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랐지만 이왕 먹는 거 잘 먹이자 싶은 마음에 열심히 구워 대령했다.

어쩜 이리도 잘 먹는지,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다.

상추에 삼겹살 한 점 올려 쌈장과 콩나물, 구운 마늘 하나 올리고 보니 기다렸다는 듯 입을 벌리는 아들 녀석, 예쁘다.

무슨 8살이 구운 마늘도 잘 먹는담.

"꼭꼭 씹어서 많이 먹어~^^"

입에 한가득 물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보니 그저 사랑스럽다.






많이 걸었으니 많이 먹어도 된다.

오전에 이미, 진작에 만보는 찍었다.

다른 아이들은 걷는 걸 싫어한다는데, 우리 아들은 엄마 아빠와 똑같이 걷는 걸 좋아해서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아침에도 삼겹살, 점심에도 삼겹살, 저녁엔 무슨 메뉴를 찾을지 궁금하다.

잠시 영어학원에 데려다주고 커피 한 잔 하고 있지만 이제 곧 하원 시간이다.

집까지 걸으면 2만 보는 채워질 수 있겠다.

열심히 유산소 운동을 하고, 열심히 공부도 하고,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니 엄마 마음이 게으를 수 없다.

부지런히 뒷바라지해야지.

마음껏 놀고먹고 싸고, 공부까지 열심히 해주니 무한 반복이라 할지라도 좋다.

엄마도 부지런히 움직이련다.

나중에 커서 꼭 엄마 마음을 알아주기를..

건강하게 크고 있는 아들 모습을 보니 엄마인 나도 폭풍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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