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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출판, 응모하실 건가요?

by 은수

7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는 공고가 떴다. 공지를 본 순간 솔깃한 브런치 작가들이 많을 듯하다. 나 또한 별생각 없다가 공지의 내용을 찬찬히 읽다 보니, 익히 들었던 유명한 책들이 시작은 브런치였다. 이 책도였어? 놀라웠다. 브런치북을 통해 출간하는 게 대단한 기회구나 싶었다.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던 원고들이 있는데 잘 써서 한번 응모해 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누군가의 글에서 경쟁률이 8000대 1이라는 걸 봤다. 차라리 앞선 두 권의 책처럼(두 번째 책은 아직 안 나왔지만. 빠르면 11월 내로 나올 것 같다) 내가 출판사에 직접 투고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브런치에 잠깐 글을 쓰다 보니 장단점이 뚜렷했다.




브런치는 지속적으로 글을 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책을 쓰려면 원고지 700-800매의 분량을 채워야 한다. 물론 평소 틈틈이 쓴 글이나 자연스럽게 우러나온 글들이 그대로 책이 되어주는 역량 있는 작가들도 있겠지만, 한 권의 책은 명확한 콘셉트를 가져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이 책으로 묶이긴 어렵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기만 하면 보배가 되는 게 아니라 색깔별로, 크기별로, 질감 별로 통일성 있는 구슬을 잘 모아서 꿰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책을 기획하면, 결국 새로 글을 써야 하는데 참 외로운 과정이다. 나는 원고를 쓸 때는 사람도 잘 안 만났다. 사람들을 만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내 안에 깊이 파고들기 힘들었다. 나 같이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 일부러 약속도 안 잡고, 있던 약속도 취소해 가며 오직 모니터 화면만 응시하며 지내는 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외로웠다.


그런데 브런치는 보이지 않는 독자와 계속 소통하며 글을 쓴다. 게을러지지 않게, 처지지 않게 만드는 독자의 응원 한 줄이 정말 큰 힘이 된다. 가끔 다음 메인이나 브런치 홈에 게시물이 뜨는데, 이것도 쓰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글을 계속 쓰게 만드는 것, 브런치의 가장 큰 힘이다.


독자의 반응을 보며 글을 수정해 갈 수 있다.


글을 쓸 때 답답한 점은 이게 지금 잘 쓰고 있는 건가 수시로 드는 의문이다. 물론 아주 가끔은 내가 쓰고도 이거 내가 쓴 거 맞아? 싶을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순간은 정말 더는 못 쓰겠다 싶을 정도로 좌절하고 또 좌절할 때, 그래도 포기하지 말라고 글쓰기의 신이 한 번쯤 베푸는 기회인지 결코 자주 오지 않는다.


브런치는 독자의 피드백이 바로 온다. '이런 글은 독자가 정말 공감하며 읽는구나, 반응이 빠르구나' 알 수 있고, '이런 글은 뭔가 포인트를 비켜 나가는 댓글이 달리는구나, 더 정확히 풀어써야 하는구나', 등등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이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독자를 꼬시려고 글을 쓰면 안 된다고 배웠다. 자기가 쓰고 싶은 걸, 최대한 설득력 있게, 정밀하게,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런데 브런치를 하다 보면 독자의 반응이 빠른 글을 경험하고 이때부터는 알게 모르게 자꾸 그런 화제를 쓰게 된다.(나만 그런가?)


그런데 내 책의 독자와 브런치의 독자를 놓고 보면 각각 장단점이 있다. 내 책의 독자는 제목이나 목차를 보고 내 책에 대해 이미 호의를 갖고 책을 잡은 독자들이다. 유명한 작가가 아닌 바에야 비슷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첫책 <엄마가 필요해> 리뷰 대부분 호평이었고 심지어 내 책을 읽으며 한참을 울었다는 독자들의 평을 보며 나도 같이 울컥할 때가 많았다. 얼굴도 모르고, 사는 곳도 모르지만 정말 글로 독자와 나의 삶이 만나는 느낌이 들고 이 맛에 글을 쓰는 거라고 깨닫는다.


하지만 브런치 독자는 다르다. 정기적인 구독자는 좀 다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메인이나 브런치 홈, 기타 인터넷이나 SNS 공간에서 우연찮게 내 글을 보고 들어온 독자들이 많고 그래서 평가도 냉정하다. 글에 대한 전체적인 조망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평가라면 의미가 있지만 때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고 날선 댓글을 다는 독자도 있고 한 권의 책을 다 읽은 독자와 달리 짧은 한 편의 글만 읽고 내 생각을 다 넘겨짚는 독자도 있다.

긴 호흡을 갖고 책 한 권의 분량을 염두에 두며 글을 썼던 나로서는 한 편 한 편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춰야 하는 브런치의 호흡이 숨 가쁘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두 번째 책 계약을 끝낸 후에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형 출판사에서 적극적인 출간 제의를 받았다. 감사했지만 이미 계약한 곳이 있다고 정중하게 거절하자 담당자는 '다음 책 기획하게 되면 알려달라'며 독자의 마음으로 두 번째 책을 기다리겠노라고 했다. 의례적인 인사인지 모르겠지만 8000대 1의 경쟁을 뚫기 위해 아등바등하느니 기왕에 받은 제안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계산도 하게 된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읽기에, 트렌디하고 짧은 호흡으로 빠르게 읽어내야 하는 브런치는 아날로그적인 나와는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도전을 회피하고, 합리화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짧은 호흡으로도 엄청 잘 쓰는 작가들도 많은데) 주저하게 되는 마음 한편으로, 내가 첫 책 출간을 망설이자 그때 함께 작업했던 출판사 대표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서점에 가 봤는데 요즘 에세이는 다들 호흡도 빠르고 경쾌하더라고요. 제 글은 우중충해 보여서 누가 읽어줄지 걱정이고 내봤자 외면받는 거 아닐까 생각하면 우울하기까지 해요."

"작가님, 트로트 좋아하는 사람 있고 발라드 좋아하는 사람 있고 락 좋아하는 사람 있잖아요? 작가님 글은 수준도 높고 색깔도 분명해요. 모두가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세요. 모두는 아니지만 작가님 글을 좋아하는 독자층은 분명히 있어요."


식어가는 카페라테 앞에서 그 말을 듣던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 이미 어디선가 몇 번 들었을 법한 이야기인데 그 말이 어찌나 새롭던지. 그 힘으로 퇴고도 하고 첫 번째 책도 완성해 갔다. 당시 만난 출판사 대표님에게 새삼스레 감사한 마음도 든다.


출판사 대표님 이야기대로 브런치에도 내 글을 읽어줄 독자층은 있을까? 불혹을 넘겼건만 어찌 된 일인지 어려워 보이는 일에 더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철이 없어서인가. 아, 물론 출판사에 투고해서 책을 내는 게 더 쉽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무명작가 글이 출판사에서 채택되기는 원래도 어려웠지만, 출판사 관계자들 이야기로는 요즘 책 쓰겠다는 사람이 늘어서 투고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더 힘들어졌다고 한다. 브런치북 출판 응모는 내가 해 본 방식이 아니어서 더 어렵게 느껴진다는 뜻이지, 출판사에서 기획출판하는 게 쉽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어쨌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까, 말까? 한동안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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