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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E Feb 22. 2017

공항으로 가는 아이들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를 떠나기 위해 공항으로 가는 택시를 탔을 때는 해가 질 무렵이었다. ‘도심’이랄 것도 없는 중심지를 벗어나자 포장이 제대로 되지 않아 흙먼지로 누래진 창 밖으로, 한 무리의 아이들이 도로 위를 걷는 것을 보았다. 하나 같이 무언가 짐을 들고 그저 터벅 터벅 걷고 있었는데, 사진을찍으려고 해도 창문에 가득 끼인 흙먼지 때문에 초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 먼지 틈 사이로 멀리 숲속에는, 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참으로 열악한 판자집들이 여럿 보였다.


한 참 뒤,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나는 그 아이들이 마을에서 10km나 떨어진 공항으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24시간 불이켜져 있는 공항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판자덩어리에서 벗어나, 유일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매일 오후가 되면 위험 천만한 도로 위를 몇 시간이나 걷고, 때로는 교통사고나 강간을 당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 사실을 안 후부터 누군가에게 아프리카를 가리켜 ‘낙원’ 이라고 말하는 것이 조심스러워 졌다. 지금도 나는 어디선가 ‘잠비아’ 라는 말을 들으면 가끔 눈앞이 흐려지는 경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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