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출간했습니다.

독립출판 - 세계일주가 아니었다면

by JUDE

바야흐로 독립 콘텐츠의 전성기다. 소수의 전문가들이 만들어낸 콘텐츠로 만족하는 시대는 지났다. 방송도 요리도 책도, 요즘은 전부 우리 옆집에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다.


그 유행에 편승하려고 한 건 아니지만, 책을 내는 것은 오랜 꿈 중에 하나였다. 실제로 그 생각은 세계일주를 떠나기 전에도 했고, 이후에도 했다. 그것이 어떻게 어떻게 어느 인터넷신문 연재로 흘러가긴 했지만 내 이름이 적힌 종이뭉치를 내 손에 쥐고 싶다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세계일주 바이블' 이란 책을 보고 세계일주를 결심한 것처럼.


그날 이후의 일상은 그야말로 심플했다. 회사에서 8시간을 일하고 퇴근 후에는 카페에 들러 원고를 썼다. 10번을 들리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쿠폰을 5번이나 사용한 카페도 있다. 내가 방문하면 메뉴를 말하지 않아도 인사만 하면 알아서 커피를 내줬다. 항상 먹던 Dark velvet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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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글을 쓰는데 4개월이 걸렸고, 잘라내는데 다시 2개월이 걸렸다. 요즘 트렌드는 간결하고 쉽게 읽히는 문체라는데 하고 싶은 말은 어찌 그리도 많은지. 처음 원고 편집을 끝냈을 때는 페이지수가 400이 넘었다. 세상에.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의 여행 이야기를 400페이지 씩이나 읽으라니. 하버드 교수 출신인 어느 심리학 박사의 책도 500페이지가 넘는 바람에 포기했는데.


최종 완성된 원고는 368페이지. 여전히 많지만 사진이 포함된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표지와 제목 뿐인데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관련업계 종사자도 아닌 내가 그런걸 만들어봤을리 없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일러스트레이터를 설치했다.


스크린샷 2019-01-12 오후 5.14.30.png 완성된 표지


가장 어려웠던 건 제목 짓기였다. 시작은 별생각 없이 브런치 매거진 이름 그대로 '고작 7개월의 세계일주'. 회사에서 취미로 함께 글을 쓰는 동료들에게 얘기했더니 반응이 심드렁했다. '당신의 아이덴티티를 1도 전달 못해요.' '제목에 세계일주가 들어간 순간 이미 재미가 없어졌어요' 등등. 3주가 넘게 제목을 고민한 끝에 깨달았다. 평범하지만 특이하고, 샤~하지만 감성적이면서 트렌드를 따르되 뭔가 있어 보이고, 와중에 '나'를 잘 보여주면서 책의 주제를 담는 한 문장 따위는 없다는 것을. 그래서 여행 이후의 삶을 살면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을 바탕으로 제목으로 정했다.


"후회는 안 해요? 만약 안 갔으면 어땠을 것 같아요?"


딱히 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것도 아닐 거다. 사랑과 돈을 잃는다는 건(그것도 동시에) 누구에게나 아픈 일이기에 물어보는 것일 뿐. 스스로도 가끔 햇살이 내리쬐는 거리에서 큰 배낭을 멘 사람을 볼 때면 생각하곤 했다. 세계일주가 아니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글쎄. 나도 정확히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어설프게라도 '작가'라고 불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겠지.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수준은 아니지만 누가 나를 '작가'라고 부르면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소용돌이 친다. 회사를 그만두기로 하고 아프리카행 티켓을 끊었을 때처럼. 368페이지짜리 종이 뭉치 하나로 받은 축하가 내 평생 받은 축하만큼이나 많다.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이 비싼(?) 취미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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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를 시작했을 때, 혹은 끝냈을 때 나는 인생 2막이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장장 8개월에 걸쳐 책 한 권을 만들고 보니 지금에야 비로소 인생의 반환점을 돈 것 같은 기분이다. 이 책 한 권으로 내 인생 전반전을 마무리한 거다. 실상은 8개월간 밀린 열정페이가 고스란히 박스째 집에 쌓여있지만, 죽은 뒤 뭐 하나라도 남는다고 생각하면 나쁘지 않지 않나. 허난설헌은 죽을 때 자기가 쓴 시를 모조리 태우라고 했다는데, 나는 모조리 같이 뭍으라고 해야겠다.


세계일주가 아니었다면은 아래의 독립서점에서 구매 가능합니다. 지금은 좀 더 많은 서점에 입고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브런치를 읽어주신 분, 책을 구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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