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장, 직위 떼고 다이소 알바 뛰다

동굴과 터널사이 ep.03

by 살아냄

“거기,

이거부터 하세요.“


짐을 나르다 고개를 들었을 때

빨간색 다이소 조끼가 먼저 보였다.

한눈에 봐도

직원임을 알 수 있는 사람이

차갑고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만 던지고 사라졌다.


익숙하지 않았다.


“부/ 장/ 님”


“부~ 장~ 님~”


“부! 장! 님\”


누군가는 건조하게,

누군가는 친근하게,

누군가는 묵직하게 불러주던


그 단어가 아니었다.


대신


“거기.”

그 말이 이상하게 귓가에 오래 남았다.


그렇게 저녁 8시,


다이소 하차 알바 첫날이 시작됐다.


같이 일하는 사람은 스물셋 청년.

이미 이 일에 익숙한 알바 선배였다.

선배 지시에 맞춰 바쁘게 움직였다.


지하로 물건을 내리고,

카트에 싣고, 자리에 갖다 놓는다.


안 쓰던 근육을 쓰다 보니

팔이 뻐근했고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김부장이라는 직위을 떼고

일하고 있는 나, 지금 당당한가?’


이상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고

첫날 알바는 끝이났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지하철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집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데

허기가 올라왔다.


‘아… 초코칩 먹고 싶다.’

통로로 나와 자판기 앞에 섰다.


물은 1,000원,

자유시간은 1,200원,

칸초는 1,500원.


그 순간

다이소 알바 시급

11,000원이 떠올랐다.


‘이렇게 힘써야 버는 돈이

시간당 11,000원인데…’


자판기 버튼에

차마 손이 가지 않았다.


대신

옆에 있던 종이컵 자판기에서

400원짜리 율무차를 뽑았다.


그때

전광판에 뜬

‘전 정거장 출발’ 문구.


“앗, 뜨거.”

율무차도 아까워서

빨리 넘기다 혀를 데였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땀 흘리며 버는 돈의 가치는 뭘까?’


갑자기 20대 시절이 생각났다.

알바를 세 개까지 했던

그때의 나, 지금의 나는

똑같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 오늘 열심히 살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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