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07
“★△님, 고생이 많아요.”
“빨리 알바 충원해 달라고 했어요.”
순간 고개를 돌렸다.
‘응? 나한테 이야기하시는 건가.’
분명 이쪽을 보며 말하고 있었다.
‘다른 알바생 없이 혼자 일한 지 며칠 째지?’
이 생각에 잠겨있었다.
‘근데 ★△님?’
생각이 멈췄다.
‘내 이름은 △★인데…
★△라고 부르시네.’
하차 준비를 하려고
레일을 깔고 있던 나 말고는
주변에 사람은 없었다.
보이는 건
높이 쌓인 단프라 박스뿐이었다.
‘2시간 안에 빨리 끝내야 한다.’
그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버지가 지어주신
내 이름 석자와 그리고 그 의미를
40대 후반,
그것도 알바 중에
생각할 틈은 없었다.
5분쯤 지났을까.
다시 짐을 싣던 그분이
이번에는 정확히 나를 보며 말했다.
“★△님,
거의 다 쓴 그 테이프 말고
더 많이 남은 이 테이프 쓰세요.”
머릿속이 갑자기 복잡해졌다.
‘어, 이게 아닌데, 지금 말해야 하나?’
‘내 이름은 ★△가 아닌 △★입니다.’
아차 싶었다.
뭔가 타이밍을 놓쳐
그냥 흘려보내버린 느낌이었다.
지나간 버스에 손을 흔드는 기분처럼.
그 사이 그분은
카트를 끌고
매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금에 와서 다시 말하긴 더 민망해.’
그 순간,
뇌리에 번뜩이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님, 여기 정리해 주세요.”
며칠 전
내 등 뒤에서 들렸던
그 목소리였다.
이제야 깨달았다.
그때도, 지금도
그 이름은 나를 부르는 말이었다.
몸이 많이 피곤해서였을까.
짐을 옮기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정정해 달라고 말할 필요는 없지.’
정확히 말하면,
‘놀면 뭐 하니?’의 유재석 님이 생각나서였다.
‘유재석 님도 부캐가 있는데
나도 부캐 하나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지하철에 몸을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
△★
처음엔 피식 웃었다.
‘△★인데 ★△라고 불리다니.’
그러다 문득,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
어릴 적 장면이 떠올랐다.
아버지가 한자로
내 이름을 적어주시면서 말씀하셨다.
“큰 별이며, 백성의 왕이라.”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어주신
내 이름 석자와 그리고 그 의미를
40대 후반,
그것도 알바 끝나고
생각할 틈이 생겼다.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대로
아직은 살고 있지 못한 나.
다만 언젠가
이 부캐의 시간을 견뎌낸 내가
본캐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불릴 수 있겠지.
그날 집으로 걸어가면서
부캐는 본캐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