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08
'아, 간식 안 챙겼네.'
퇴근 후, 어김없이
지하철에서 내렸을 때
그때서야 간식 생각이 났다.
칼퇴하느라
아무것도 챙기지 못했다.
'아 배고파. 힘쓰려면 뭘 먹어야 하는데.'
머릿속 계산이 먼저 돌아간다.
'지하철비 1,850원, 햄버거 하나 6,400원.'
'그럴 바엔 이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낫지 않나?'
스스로를 몰아세우다
생각을 바꿨다.
'체력이 먼저다.'
맥도날드에 들러
햄버거 하나를 주문했다.
쟁반을 받고 자리에 앉고,
'언젠가 쓸 날이 있겠지.'
먹기 전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맞은편 여학생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저씨가 혼자 음식 사진을 찍는 장면은,
나 스스로 봐도 어색했다.
힘쓸 준비를 마치고 도착한 다이소.
오늘도 알바는 나 혼자였다.
'퇴근 후 시간을 쪼개 일할 수 있잖아.'
그 사실에 감사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런데 물건을 자꾸 놓친다.
며칠째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체력이 눈에 띄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 맞다. 원래 셋이 하던 거였지.'
알바가 세 명일 땐,
역할을 나눠하니 몸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하루에 내려야 하는 물건은 200~300개.
무게는 5kg에서 20kg 사이.
평균 5kg만 잡아도
하루에 1톤이 넘는 무게다.
물건을 내리다 시간 체크를 위해
핸드폰을 한번 봤다.
‘당근 알바 – 기업 이사 일급 13만 원’
머릿속에서 계산이 시작된다.
6~8시간 기준이면
시급은 지금보다 훨씬 낫다.
'이 지점은 물량이 많아서 알바 지원자가 없는 걸까.'
그러다 짐들을 둘러보니
동선이 틀어져 있었다.
밑에서 받아주던 직원분이
무거운 세제와 워셔액을
출입문에서 가장 먼 곳에 쌓아두었다.
악의는 없어 보였다.
다만 호흡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내 손으로 어지른 건 아니었지만,
다시 정리해야 하는 건
결국 내 몫이었다.
5걸음이면 될 일이 10걸음이 된다.
카트 한 번이면 될 걸 두세 번을 오간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루고, 돌려서, 피하다 보니
괜히 더 무거운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퇴근길,
몸에 남은 피로가 유난히 무겁게 느껴졌다.
조금 전 먹은 햄버거가 떠올랐다.
'1톤의 무게와 맞바꾼 햄버거.'
이런 방식으로
나는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