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 12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어요?"
한참 짐을 받고 있는데
누군가
이쪽을 보며 이야기한다.
고개를 들어보니
얼마 전 관둔
알바 선배 청년이었다.
"다이소에 뭐 사러 온 거예요?"
내가 물었다.
"저 입사한 회사 관뒀어요."
그 알바 선배 청년은 취준생이었고,
인턴으로 일하다
정식 채용 이야기가 나와
다이소 알바를 관뒀던 친구였다.
'일 할 줄 아는 친구네'
생각했던 터라
내가 의아해 물어봤다.
"관뒀다고요?"
"입사 제의받고 취업한 거였잖아요?"
"네, 입사 후
근로계약서 쓰는 걸 미루더니
갑자기 2주 만에
계약 종료를 하더라고요."
그 알바 선배는 어중간하게
다이소 입구 계단에 서서 말했다.
"다이소 일, 다시 해야 할 거 같아요."
그리고는
1층과 매장 안쪽을
한번 쓱 훑어보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딱히
뭐라고 해줄 말이 없었다.
"다음에 또 봬요. 연락드릴게요."
머뭇거리듯 인사한 후
알바 선배는
계단 위로 사라졌다.
'인생은 타이밍이라더니'
그 알바 선배가
다이소에 찾아온 그날은
세 번째 알바생이
첫 출근한 날이었다.
3명의 알바생이
필요한 상황에서
두 번째 친구는
일주일 전에 출근했던 터였다.
이상하긴 했다.
금요일
그것도 9시가 넘은 시간에
다이소에서 마주치다니.
'일을 잘해야만
잘 풀리는 건 아니구나.'
회사의 모습도 떠올랐다.
관둔 직원들 중엔
일을 잘해도
욕먹는 사람이 있었고
성과가 크지 않아도
높은 연봉을
받는 사람도 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을 잘한다'는 것과
'삶을 잘 산다'는 것은
늘 같은 방향은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