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11
“그건 가스라이팅 당해서 그래요.”
“저도 처음엔 제가 문제인 줄 알았어요.”
벌써
두 명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퇴사를 하면서
마지막 점심을 함께 나눴던
동료들의 말이었다.
다이소 알바 가는 지하철 안
회사 업무
채팅 알람이 울린다.
“그 컬러 도입 시
부장님께서 예상하시는
판매 수량 변화는
어떻게 되나요?”
이사님의 톡이었다.
이미
퇴근 시간은 지나 있었다.
‘내일 아침에 답변할까?’
‘어차피 내일 하나 오늘 하나…
지금 하자.’
큰 숨 한번 내쉬고
답변을 보내자
연이어 질문이 쏟아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퇴근 후
업무 메시지쯤
올 수도 있는 건데.’
문득
입사 초기 때가 떠올랐다.
늦은 밤에도 울리던
‘깨톡’
‘깨톡’
대표님과 이사님의 카톡 알람.
어서 ‘깨’서
지금 바로 ‘톡’해.
그렇게 들렸던 기억.
질문에 대한 답을 고심하느라
키보드를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던 밤들.
그 사이
저녁이 있는 삶은
조용히 ‘깨’ 지고
‘톡’ 부러져 있었다.
입사 후
3개월쯤이었을까.
회식 자리에서
한 직원이 취한 채로 물었다.
“왜 대표님과 이사님은
퇴근 후 아니면
밤 중에
카톡을 보내세요?”
용기가 있었거나
이미 마음속으로는
퇴사를 결심했었나 보다.
실제로 얼마 뒤
그 직원은
금방 회사를 떠나긴 했었다.
그날,
웃으며 답하던
대표님의 얼굴은
아직도 선명하다.
“까먹을까 봐
미리 보내놓는 거예요.
바로 답 안 주셔도 돼요.”
그 말 이후에도
‘까’ 먹을지도 모를
‘까’ 톡
‘까’ 톡
알람은 계속 울렸다.
직원들은
“답변을 바로 안 할 수가 없잖아요.”
라고 내게 하소연했었다.
결국
부장이라는 이름으로
총대를 메고
회사용 메신저를 제안했다.
그제야
카톡 알람은 조용해졌다.
“협력해서 파이를 키우고
함께 나눠 갖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나는
임원진에게도 동료들에게도
긍정의 말을 건네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긍정의 목소리를
꺼내놓지 않고 있었다.
대신
긍정의 목소리를
침묵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침묵의 이름이
가스라이팅이었을지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