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심장마비가 올 정도는 아니잖아

동굴과 터널사이 ep.10

by 살아냄


“휴, 나! 왔어.”

녹초가 되어버린 나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주저앉아 버렸다.


와이프는

가방을 받아주고

딸아이는

젖은 신발에 신문지를 넣어준다.


“운동화 하나 사라니까,

물 다 들어갔잖아.”


저번에도 했던 말인데

아내는 또 언급한다.


“어차피 다이소 알바하면

또 금방 망가져,

여기 관두면 살게.”


적당히 핑계를 대고

무거운 몸을 다시 일으켰다.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온 가족이 도와줘? "

내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대단한 일이 아니고

고생했으니까 그러지.”

아내의 걱정스러운

말투가 느껴진다.


겨울비가 내린 그날

지하철에서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계속 되뇌었던 말이 있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그 속마음이 가족에게

표출된 걸 지도 모르겠다.


온몸이 추웠다.

다이소 하차하면서

비를 많이 맞고

말리지도 않은 잠바를

다시 입고

집에 와서 일 것이다.


“따뜻한 물로 씻고 와서

따뜻한 국에 밥 먹어.”

아내는 주방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나는 욕실로 들어갔다.


얼마 전 터진

수도관 때문이었는지

수도비가

두 배나 많이 나와서였을까?


샤워기를 트는데,

‘물 쓰는 것도 아깝니?’

‘왜 갈수록 쪼잔해지냐. 넌?’

머리속 말들이 떠다닌다.


그래도,

이왕 씻는 거

뜨거운 물로 오래 씻으며

사치를 부려보았다.


그런데 문득

예전에 들었던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너, 심장마비 올 정도는 아니잖아?’

‘무슨 대단한 일을 했다고….’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니었다.

다만 오늘은,

많이 추웠던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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