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야제는 없었다

동굴과 터널사이 ep. 14

by 살아냄

"이 꽃으로 해주세요."


"내일 찾으러 올 건데

가방 같은 건 있나요?"


"네.

2,000원인데

이것도 같이

계산해 드릴까요?"


플라스틱 투명 가방은

지하철로 들고 가기엔

크게 무리가 없어 보였다.


아이의

졸업식을 앞두고

연차를 썼다.


회사 근처에서

산 꽃을 들고

다이소로 출근한다.


도착 후 휴게실에

가방과 함께 꽃을 둔다.


내일이 졸업식이지만

전날 밤 나는

다이소 알바를 하고 있었다.


‘아이 졸업식인데

하루쯤은 쉬어도 되지 않을까.’


다이소 입사 전

전화 면접이 생각났다.


“중간에 하루라도 빠지게 되면

직접 대타를 구하셔야 합니다."


그땐

“네. 그럼요.”

라고 대답했다.


사실

결근이란 단어는

처음부터

머릿속에 없었었다.


월~토요일까지

6일 연속 출근하는 건

학교 다닐 때

개근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하루를 빠질 거면 관두는 게 낫지.’


괜한 자존심.

이빨 빠진 것처럼

달력에

빈 날짜가 있는 게

그냥 싫었다.


그래서일까?

휴일의 의미가

이젠 많이

희석되었다.


정확히는

불금, 전야제, 전날의

의미가 사라졌다.


12/24일, 크리스마스이브

12/31일, 새해 전날

1월 초, 아이 졸업식 전날


따뜻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내지 못한 채


다이소 입구에서

가족들과 함께 웃으며

들어오는 사람들을

나는 보고 있었다.


2시간 뒤

그날 나는 그렇게

달력을 꽉 채우듯이

퇴근을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이 졸업식이 끝난 후에도

나는 개근상 출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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