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과 터널사이 ep.01
아, 이제 내 차례인가?
회사에서 분위기는 먼저 변한다.
회의 자료나 실적보다, 공기 같은 걸로.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이 오래 버티지 않는다는 건 느껴졌다.
2년 동안 동료 12명이 바뀌었다.
누군가는 성과가 부족하다고 나갔고,
누군가는 더 좋은 곳으로 간다고 했고,
누군가는 그냥 조용히 사라졌다.
회사는 늘 효율을 말한다.
사람의 장단점을 끌어안기보다는
지금 당장 쓸 수 있느냐를 묻는다.
그 구조 안에서
‘부장’이라는 직함은
결정을 내리는 자리가 아니라
욕을 대신 먹는 자리였다.
어느 날부터 두통이 잦아졌다.
병원에서는 스트레스성이라고 했다.
약을 먹으면 잠시 괜찮아졌지만
머리는 계속 무거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제 내 차례인가.”
이 질문은 불안이라기보다
예감에 가까웠다.
앞선 사람들의 순서를 떠올리면
이제 내가 그다음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균열이 시작됐다는 건 인정해야 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괜히 밤하늘을 한 번 더 올려다봤다.
이상하게도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묻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