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7일(토)의 기록
아침부터 의욕이 바닥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아무 생각도, 아무 힘도 없어서 약속이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부담으로 남았다. 그래도 계속 마음속에서 같은 문장이 맴돌았다. 약속을 나가야 하는데…. 준비라기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상태로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오늘을 시작할 자격 같은 건 묻지 않기로 했다. 그냥 나가기로 했다.
모임은 오랜만의 친척들이었다. 거의 3.5년 만. 상 위에는 LA갈비와 육회가 차려졌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각종 빵과 아메리카노가 이어졌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흘렀다. 웃고, 안부를 묻고, 생각보다 오래 머물렀다. 돌아오는 길에 청계천을 지나쳤다. 빛이 많았다. 축제를 하는 것 같았다. 물 위에 반사된 조명이 이상하게 차분해서, 그러면서 마음은 들떠서 잠시 걸음을 늦췄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모임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다시 떠올랐다. 죽기 직전까지 돈을 접었다는 이, 베개 밑에 돈봉투를 숨기고 누가 훔쳐갈까 전전긍긍했다는 이의 이야기. 이해가 됐다. 그래서 더 슬펐다. 나 역시 요즘 돈 앞에서 너무 건강하지 않은 태도를 반복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받들다가 원망하고, 욕하다가 욕망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게 돈에 한이 맺힌 채로 살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조용히 올라왔다.
오늘은 나가기 싫은 마음을 끝까지 데리고 다녀온 하루였다. 막상 나가서는 잘 만나고 돌아왔고, 생각 하나를 더 얹어 집에 도착했다.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오늘을 이렇게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오늘은 여기까지 온 것으로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