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해도 충분했던 마지막 하루

2025년 12월 31일(수)의 기록

by 살랑하늘

평소보다 한참 늦게 눈을 떴다. 잠은 길었고, 몸은 개운했다. 깨어나자마자 늦잠에 대한 죄책감이 스쳤지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 늦게 시작한 만큼 깨어 있는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면 된다는 말로 마음을 금방 돌렸다. 오늘은 그런 식의 전환이 가능한 날이었다.


오후까지 집안일을 하고, 저녁에는 쇼핑몰로 향했다. 저녁으로 들깨순두부와 백미솥밥을 먹었다. 처음 가본 식당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이런 집은 꼭 다시 가고 싶어진다. 식사를 하고, 매장을 하나씩 둘러봤다. 화면이 아니라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쇼핑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거울 앞에서 옷을 입어보는 시간이 생각보다 즐거웠다.


무엇보다 기억에 남은 건 그 과정 자체였다. 신어보고, 입어보고, 고르고, 내려놓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오늘의 리듬을 만들어줬다. 앞으로도 가끔은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시간을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건을 사는 일보다, 그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2025년의 마지막 날을 나름 바쁘고 활기차게 보냈다는 사실이 마음에 남았다. 개인적으로 많이 힘든 한 해였기에, 가는 해를 붙잡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다만 이렇게 하루를 잘 넘겼다는 감각만 조용히 남겼다. 2026년은 올해보다는 조금 더 평온하길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큼 살아낸 것으로 충분했다.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Happy New Yea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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