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일(목)의 기록
밤새 깊이 잠들지 못했다. 잠깐 잠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해 머리가 맑지 않았다. 그럼에도 새해 첫날이라는 말이 주는 기운 때문인지, 피곤함과는 별개로 마음은 이상하게 활기찼다. 몸은 초저녁에 잠깐 깊게 잠들었다가 일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한결 가벼워졌다.
아침 겸 점심으로 떡만둣국을 끓였다. 비조리로 배달된 재료를 냄비에 넣고 팔팔 끓이는 과정부터가 새해 같았다. 김이 오르는 냄비 앞에 서서, 오늘은 이런 장면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 외에는 마음 편하게 쉬었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를 봤다. 예전에 웹툰으로 재밌게 봤던 이야기라 익숙했지만, 드라마로 보니 또 다르게 와닿았다.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들 사는 게 힘들다. 어떤 상황에 있든, 어느 위치에 있든. 비교는 잠시 내려두고 화면 속 인물들을 그냥 바라봤다. 그들의 피로가 내 피로와 크게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다.
요즘의 나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밥을 대충 챙겨 먹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고, 약간의 공부(정말 기초 수준의 경제, 영어 같은)를 하고, 책이나 영상에 조금 집중하는 정도. 이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요즘 가장 부러운 사람은 풀타임 근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많이 힘들든 조금 힘들든, 어쨌든 그걸 견딜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 아직 남아 있는 사람. 나도 언젠가는 다시 그렇게 될 수 있을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그냥 살기로 했다. 뭔가를 엄청 하려고 애쓰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서. 생각해 보면 꽤 건강한 선택이다.
새해가 되니 이런 건강한 생각과 활력이 저절로 부푸는 게 신기했다. 날짜와 의미가 주는 힘은 분명히 있다. 특히 스스로의 삶에서 이유를 찾기 어려울 때는 더 그렇다. 사람들이 굳이 이벤트를 챙기는 마음도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살아야 할 이유를 어떻게든 만들어보려는 작은 움직임일 수도 있겠다고.
그래서 나도 하루하루 작은 이벤트를 쌓아보기로 했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을 떠올리면서. 오늘은 '새해 첫날'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였다. 여기까지 살아낸 것만으로도, 오늘은 그걸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