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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랑하늘 Jul 27. 2023

걱정만 해줘서 좋았어.

아주 잠깐 의식을 잃은 사이에

내 차 앞에 서있던 오토바이와 콩.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마침 곁을 지나던 경찰차의 도움으로

또 한 번 운 좋게 상황을 넘겼어.


하지만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니

긴장이 풀린 탓인지

심장이 쿵쿵대고 손도 조금씩 떨리더라.


위안이 필요했어.




와달라고 해도 될까?

와달라고 하면 와줄까?


남자친구한테 이럴 때 와달라고 해도 되는 건가?


위로가 필요한 순간에 아주 오래 혼자였어서

그런 것조차 결정이 어렵더라고.


나름으로는 용기를 내서

거절에 상처받지 말기로 마음을 단단히 한 뒤에야

힘들다고, 와줄 수 있냐고 솔직하게 물을 수 있었지.


금방 출발하겠다는 말은 이미 위안이었어.




곧 지하철역에서 내려 버스를 탄다는 연락에

정류장 앞 초등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

멍- 하다가 생각난 노래.


<비긴어게인>의 아름다운 영상과 어우러진

폴킴과 태연이 함께 한 '너를 만나'를 듣는데, 문득,


'아, 나한테 진짜 남자친구가 있구나.'


라는 실감을 강하게 한 것 같아.


어슴푸레한 가을의 저녁 하늘과 똑 어울렸지.




좋아하던 동네 술집에 앉아

어깨에 기대 가만히 손을 잡고 

평소보다 낮고 느린 목소리의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심장의 떨림도, 손의 떨림도 진정되었어.


잔소리를 얹지 않고

걱정만 해줘서 좋았어.


걱정보다 잔소리가 큰

보통의 위로가 아니라서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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