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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
은별이는 4학년
파란 오빠는 6학년.
책을 펴도 까만 글자는
창가에서 춤추는
햇살에게 마음 뺏겨
하늘로 슈웅~ 날아가 버리고
키다리 연필은
하얀 공책에
쉴 새 없이 끄적 끄적거리는데
이를 어째?
'강파란 강파란'
오빠 이름만 수북하네.
아무도 못 봤겠지.
두리번두리번
후유~ 한숨 나오고
왼손은 얼른 가방에 들어가고
오른손은 다른 공책을 펴 놓았네.
띵동! 띵동!
기다리던 점심시간,
잽싸게 도시락을 말끔하게 비우고
화장실 거울 앞에서 머리도 만지고
손도 깨끗하게 씻고
치마도 조금 올리고
준비 끝.
살금살금
계단을 올라 3층에서 얼음.
저기 오빠가 도시락을 먹고 있네.
엷은 웃음도 들킬까 봐 조마조마
고양이 걸음으로 숨어서
오빠의 눈 코 입
그리고 어깨 손을 보고는
눈을 감았다.
오빠의 눈에 걸리면 큰일,
총총총 뛰어서
햇살 가득한
2층 창가 자리로 왔다.
짝꿍은 어디 갔다 왔냐며
은별이를 흔들면서
도끼눈을 떠도 하나도 겁나지 않아
실실 웃음이 흘러나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