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화두

by 염진희

낮은 몸짓으로

휘어


봄을 묻다


정말 네가

맞니






계절의 봄은 늘 지표면 가까운 낮은 온기에서 시작됩니다. 딱딱한 껍질을 뚫고 나오기 직전, 생명은 스스로에게 지독한 질문을 던지곤 하지요.


‘이 치열한 변태를 감당할…

진짜 나라고 생각했던 내 모습들이

정말 네가 맞니?’


성급한 확신 대신 깊은 의문을 선택한 존재는 그 심연의 울림을 길어 올리며, 살아 있음을 증명합니다. 꼿꼿한 직선은 부러지기 쉽지만, 스스로를 굽혀 유연해진 존재는 바람 앞에서도 자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습니다.


우리는 대상과 현상을 ‘봄(Seeing)’으로써 비로소 그것을 ‘봄(Spring)’으로 움트게 합니다. ‘보다’라는 행위는 외피를 훑는 데 그치지 않고, 저 곡선이 가리키는 마음속까지 천천히 따라 들어가게 합니다.


어쩌면, 참다운 나를 마주하기 위해 우리는 한 번쯤 스스로를 낮게 굽혀 그 물음을 오래 품어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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