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 두레박

by 염진희

하늘에

드리워 둔

작은 바람 하나


오늘 밤에는

달을 꼭 길어야지







경칩을 앞둔 정월대보름입니다.


아직은 바람이 차지만

남녘의 봄꽃 소식처럼

하늘에는 둥근달이

온 세상을 환히 비추고,

물은 그 빛을 모아

고요히 받아 적겠지요.


마르지 않는 수원지,

달이 위에도 아래에도 뜨는 밤.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비춘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조금씩 닮아가는 시간.


저는 오늘

당신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

조용히 물들겠습니다.

달을 길어

봄을 깨워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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