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사는 한국인

by 일본기업영업맨

일본에 오면서 한국인들을 적극적으로 사귀진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개 있는데, 일본어 공부를 위해 한국어 환경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는 것, 한국인이라고 다 맞는 건 아닌 것, 해외에서는 한국인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 것. 우연히 한국인을 알게 되면 반갑지만 꼭 ‘한국인’을 찾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한국인이 있으면 좋은 점이 있는데,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일본에 대한 불편한 점, 불만 등을 속시원하게 얘기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점이다. 일본 사회의 일원으로 지내다보면 문화의 차이, 정서의 차이에서 오는 괴리는 생기기 마련인데, 일본인들에게 ‘도대체 왜 그러냐’고 물어도, 물어본 내가 오히려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자칫 얘기를 잘못하면 일본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불만만 많은 외국인으로 여겨져 일본 사회에 녹아들지 못하는 리스크도 생긴다. 한국인에게는 부담없이 얘기할 수도 있고(간혹 일본 사회가 더 잘맞는 한국인은 일본인 반응을 보이긴 하지만..) 한국인은 솔직하고 정열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라, 불만이 있어도 돌려돌려 얘기하는 일본인들보다 속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이라고 해도 친해지고 싶지 않은 인물들도 있다. 일본 사회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다.


나 또한 일본에서 지내면서 어떻게 해서도 친해지지 않는 사람도 있고, 안 맞는 사람도 있고, 그냥 싫은 사람도 있다. 특히 일본인은 혼네(속마음)와 타테마에(겉으로 말하는 것)이 다르다고도 하고, 거리를 과하게 좁히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 연락 빈도도 적고 가벼운 마음으로 식사를 제안하는 것도 어려워, 친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쉽게 받기 힘들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어려워하거나 환멸을 느끼는 경우가 있어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일본인들에게 언제든 ’외국인’인 거리감은 생길 수도 있는 입장에서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일본인들과 잘 지내려 노력하고 있다. 거리를 두는 것 같으면 기다리고, 다가와주면 반겨주며 이 사회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만은 문제가 없도록 지내고 있다. 지금 회사에서도 발이 넓다고 인정받을 정도로 인간관계에 적극적인 편이다.

오사카에 있는 할리스커피.

사실 한국에서의 인간관계보다 일본에서의 인간관계가 더 부질없다고 느끼긴 한다.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문화도 아니고, 언젠가 한국으로 귀국할 때 더욱더 만나기 힘들어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시절인연으로 생각하여 현재에 충실하면서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다.

타국 사회에서 살기로 했으면 이런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가끔 스스로 일본 사회에 들어가지 않거나 빠져나와버리는 사람들을 보곤 한다. 학교에 들어갔는데 동기들보다 나이가 많아서 같이 안 놀거나, 일을 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 트러블이 있었다거나, 내향적인 성격에 애초에 인간관계를 개척하지 않거나, 일본의 문화가 영 이해되지 않아 스스로 거리를 둔다거나. 이해가 아주 안되는 건 아니지만, 원주민 사회에서 아웃사이더가 되는 한국인들은 일본에 잘 적응하려는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지도 않고, 그들의 우울한 일본 생활을 듣는 것도 유쾌하지 않다. 무엇보다 한국인이니까, 하고 나에게 기대면 어쩌지 하는 노파심도 있다.


작년, 일본 생활이 오래 되었고, 결혼생활에 실패하시고 자영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을 알게 되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주위 사람들과 트러블이 있었고, 지금은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외국인 직원과 거의 둘이 지내고 있다. 처음 만난 날, 이 동네 일본인들은 텃세가 심하다고, 그동안 힘들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마음 고생을 많이 했겠다고는 생각했다. 나도 일본인들은 친해지기 힘들다는 얘기로 공감을 했더니,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해서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러나 어딘가 우울하고 슬픈 기운이 옮으면 일본 사람들에게 불만만 가지게 될 것 같아서 더이상 연락하지 않았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도 비슷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한국인들보다 더 중국인 커뮤니티가 더 크고 끈끈한 편이라, 일본 사회에서 어느 정도 반항하고 지내도 생활에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한 중국인 동기는 일본은 회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싫다고, 종종 빠지기도 했다. 그 동기의 마음에 공감은 되지만, 사회성이 보이지 않는 데서 오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우연히 알게 된 한국인들은 다수 있었지만, 위와 같은 사람들은 한두번 정도 만나고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즐겁긴 하지만, 차라리 일본인들의 공감 안되는 얘기에 열심히 맞장구 치는 게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올해는 건강한 한국인을 새로 사귈 수 있을까, 기대 반 포기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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