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씨가 아니고 사나짱으로 부르면 배상금이 22만엔

by 일본기업영업맨

작년 가을, 도쿄지방재판소에서는 일본에서 회사에서 ‘~짱‘이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남성직원이 여성직원에게 22만엔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언뜻 과도한 판결처럼 보인다. 조금 더 자세히 파악해보자면, 피해자 여성은 40대이며, ‘ㅇㅇ짱’으로 부른 것뿐만 아니라 몸매가 좋다는 언급도 하여 피해자 여성이 우울증 진단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도쿄재판소는 이러한 발언들이 업무에는 불필요하며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판단하여, 여성이 요구한 550만엔보다는 적지만 22만엔을 배상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요즘은 ‘예쁘다’라는 말도 함부로 하면 안되는 시대가 되었는데, 일본은 워낙 세쿠하라(섹슈얼 하라스먼트의 줄임말, 성희롱)가 일반적인 나라였기 때문에 더욱더 주의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얼마전에 머리를 잘랐다. 어깨선 조금 위로 오는 레이어드컷 사진을 보여줬더니 미용사가 그냥 숏컷으로 싹둑 잘라버렸다. 구글맵이며 홋또페퍼(일본 미용 예약 어플리케이션)에서 후기가 매우 좋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예약했더니 생각보다 참사가 있었다. 한동안은 거울을 볼 때마다도 영 어색했다. 그 정도로 확 짧아진 머리로 출근했는데, 웬걸 50대 여성 직원분들만 ‘머리 잘랐어? 귀엽네’라고 해주고, 아무도 머리 잘랐냐고 안 물어보는 것이었다. 이정도로 파격적인 변화에도 관심이 없나 섭섭해하고 있었다.

며칠 후 다른 남자 직원이 머리를 자르고 왔다. 그랬더니 다들 머리 잘랐냐며 물어보는 것이다. 소심하게 옆에서 끼어서 ‘저도 잘랐는데…‘했더니, 다들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요즘엔 머리 잘랐냐는 질문도 세쿠하라가 될 수도 있어서 조심스러웠다는 것이었다. 무슨 이런 팍팍한 사회가 되었나 싶어서, 오히려 서운했다고, 그 정도는 물어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그랬더니 그 사람의 외모를 매일 체크하는 변태처럼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쉽게 눈치채기 어려운 화장법이나 액세서리 같은 걸 매일 변화를 확인할 정도의 변태라면 물론 범죄가 맞다. 그러나 숏컷이 된 건 누가 봐도 알아차릴 큰 변화가 아닌가 싶어, 다음부턴 그냥 말해달라고 했다.


이렇게 보면 일본은 제대로 판결까지 나올 정도로 성희롱적인 발언에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들도 ‘이건 세쿠하라입니다’라고 자주 발언하게 되기도 했다. 여성력이 있는 나라로, 사회적으로 여성에게 요구하는 모습들도 많고, 세쿠하라를 당해도 열받지 않아하는 여성들이 많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의 세쿠하라는 그저 농담으로 용인되어왔다.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일본인들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문화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 이해를 할 필요도 없어보이는 게 있다. 바로 화류계 문화가 일본인들의 일상에 있다는 것이다. 가령 캬바쿠라(여성이 술을 접대하는 공간, 가게에 따라 다르지만 화려한 내부, 화려한 옷차림, 고가의 가격대가 특징이다)에 가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여성들도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캬바쿠라에 가는 거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곤 하는데, 미리 말을 하고 가면 괜찮다, 그 가게의 명함을 받아오면 괜찮다, 업무상 어쩔 수 없이 가는 거면 괜찮다, 라고 생각하는 여성이 대부분이다. ’절대 안돼‘라는 생각을 가진 일본인 여성을 지금까진 본 적이 없다. 내 친구는 ‘나도 태국에서 가봤어. 다같이 갔었는데? 언니들 넘 예뻐서 같이 사진도 찍어어.’라는 것이다. 쪼잔하지 않고 쿨한 여자가 되고 싶은 건지, 의식 자체가 다른 건지, 참 의아한 얘기였다.

회사에 단신부임만 15년을 하고 계신 부장님은 그런 밤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그런지 가족들이랑 떨어져 지내는 걸 섭섭해하지 않는다. 모두가 알 정도로, ’여성이 있는 가게‘에 자주 다닌다. 또 다른 젊은 직원도 ‘여성이 있는 가게’에 간다고 아무렇지 않게 떠들고 다닌다. 주변 사람들이 그 발언이 ‘좋지 않다’고는 생각하지만 ’심각한 문제 발언‘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회사 아저씨 직원과 거래처 아저씨 직원과 밥을 먹은 날, 2차로 어디 갈까 해서 다른 가게에 가겠거니 싶었는데, 바니걸을 보러 가지 않겠냐는 것이다. 별로 흥미 없다고 해서 그냥 노래방만 건전히 다녀왔다(멀찍이 떨어져 앉아서 노래만 부르다 왔다).


나는 늘 ‘캬바쿠라’도 이해 안되고, 업무상 이유가 제일 이해 안된다며, 외국인임을 핑계로 강력하게 부정하면서 지내고 있다. 물론 한국에도 유흥주점이 많이 있고, ‘아가씨’가 있는 가게에 다니는 비즈니스맨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최소한 숨어서 다니거나 굳이 말하지 않는다면, 일본은 스스럼없이 그런 생활을 하고 다니는 게 아직도 ‘그 나라의 문화’로써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면 매춘을 하는 ‘안내소‘가 1층에 버젓이 있고 밤이 되면 열심히 호객도 한다. 일본 여행에 와본 사람이라면 화려한 호스트바 광고를 한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부야의 골목을 걷다보면 바니걸이 있는 변태스러운 가게도 보인다. 캬바죠(캬바쿠라에서 일하는 여성)와 호스트(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성)가 SNS로 홍보하고 TV방송에도 나오며 본인을 열심히 어필한다. 이런 성적이고 문란한 공간들이 과장해서 말하면 그저 취미문화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화재예방운동 포스트마저 아리따운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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