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하면서 열어본 우편함에 전단지가 한 장 들어있었다. 일본에서는 며칠만 안 봐도 우편함에 전단지가 수두룩 쌓이는데, 오늘은 꼴랑 한 장이네 하고 챙겨왔다. 엘레베이터를 기다리며, 엘레베이터 안에서 봤더니 근처 주차장 두 곳을 안내하는 광고였다. 주차장 광고 전단지는 처음이라 흥미로웠다. 지금 사는 건물에 주차를 단 한 대만 할 수 있는데, 그마저도 관리회사가 한번씩 주차하는 정도로 입주자는 못쓰는 공간이다. 좁은 토지에 건물만 올린 곳이라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단지 넣은 사람이 알바인지 주차장 관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타겟은 확실하게 한 것 같다(다만 애초에 차를 안 타는 사람들이 많이 살 가능성도 있지만). 일본에선 주차장이 확보되지 않으면 차를 못산다고도 하니 이런 광고도 하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었다. 자동차 주차장조차 중개수수료, 보증금과 레이킹(礼金, 임대해줘서 감사하다고 내는 돈. 가장 어이없는 돈)이 있다는 것이다. 토지 공간을 빌리는 거니 부동산이라고는 하지만, 일반 부동산 거래와 너무나도 같아서 헛웃음이 나왔다.
▼전단지에 적힌 내용
월 이용료: 27,500엔
중개수수료: 월세의 한 달 분
레이킹: 월세의 한 달 분
보증금: 월세의 한 달 반 분
한 달 단위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장기간 임대하는 거라 월세가 밀릴 것을 염두해두고 보증금을 받는 것까진 이해를 한다. 그러나 주차장 빌리는데 중개수수료랑 레이킹까지 받아야 할 일인가 싶었다. 레이킹을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감사를 뜻하는 '레이礼'와 돈을 뜻하는 '킹金'이 합쳐진 말로, 빌려줘서 고맙다는 의미로 주인장에게 주는 돈이다. 보증금처럼 돌아오는 게 아니고 그냥 날려버리는 돈이다.
일본에서 집을 구하려고 하다보면 레이킹을 적어도 월세 한 달분은 받는 곳이 많다. 없는 매물도 있긴 있다. 부동산 사이트에서 레이킹이 없는 집만 조건으로 추려서 볼 수는 있다. 해당 매물이 확 줄어드는 게 문제지만. 레이킹 문화는 지역마다도 조금 다르고 집주인마다도 받는 이유가 다르다고는 한다. 매물 홍보비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고 관리비용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고는 한다. 중개수수료를 내기 싫어 꼼수를 부린 집주인을 따라 너도나도 받게 된 건 아닐까 의심해본다.
레이킹은 이자카야의 오토오시(お通し, 기본 안주값이지만 자릿세 성격이 강하며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이 나오는 경우도 있다)값 보다도 더 내기 싫은 돈이다. 대학원에 다녔을 때, 학비가 저렴하기로 유명한 국립대학에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기숙사가 참 비쌌는데, 심지어 레이킹까지 있었다. 그것도 1년 단위로 있어서 2년 있으면서 두 번 냈다. 24개월 살고 26개월치 월세를 낸 셈이다. 부동산 계약서 상 임대인이 갑이 된다고는 해도, 갑질이 너무한다 싶었다.
일본에서 지내다보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집 빌리는 경우에는 '열쇠교환비'도 있다. 일본은 아직도 그놈의 열쇠를 자꾸 쓰는데, 임차인이 바뀌는 경우 전 세입자가 복사해둔 열쇠를 들고 올까봐 열쇠를 교환하게 하고 그 비용을 받는다. 파나소닉 같은 전자회사가 넘쳐나면서도 전자도어락을 안 쓰는 게 아직도 늘 의문이다.
아, 이야기가 조금 샜는데, 다시 주차장 얘기로 돌아오면, 사람들이 이용해줘야 운영이 되는 곳에서 레이킹을 받는다는 게 참 의아하다. 혹시 이 동네 수요가 넘쳐나서 주차공간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일본인들은 레이킹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걸까? 관리비는 따로 안 받으니까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까? 부디 이런 시스템은 한국에 도입이 안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