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치 먹고 노래방 가는 금요일 밤

일본 직장인의 금요일

by 일본기업영업맨

그렇게 바쁘진 않았지만 출근을 했다는 것만으로 지친 한 주. 집에 돌아가도 할 게 없으니 할일 없이도 느긋하게 회사에 남아있다가 가길 반복하다, 금요일만큼은 외향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MBIT I지만). 매주 금요일은 그냥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직원에게 오늘은 뭐하냐고 물었다. ‘에, ㅇ상 오늘 아무것도 없어요?’라고 물어 ‘(어딘가) 갈까요?’라고 대답했다. 퇴근 시간 쯤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고 했고, 오늘 시간이 되는 사람들을 급하게 찾기 시작했다. 결국 총 3명 밖에 안 모였지만 우리끼리 불금을 보내기로 했다.

저녁은 꼬치구이집. 간, 염통 같은 내장류에 감탄을 하며 술을 들이켰다(사실 난 타이레놀 복용 중이라 논알콜맥주와 감귤주스를 마셨다.). 카운터석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저번주에 마셨을 때 어떤 직원이 엄청 취했었다, 또 다른 직원은 일을 너무 안 해서 문제다, 등등 얘기를 나눴다. 회사 사람들과의 대화가 좋을 때는 서로 회사 사람들을 알고 있어서 회사 얘기하기 좋다는 것이다(?).


같이 간 직원 중 한 명은 20대 여직원. 금요일은 그냥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장본인이다. 평소엔 조용한 편이지만 알고 보면 엉뚱하고 술도 좋아하고 흥도 많은 사람이다. 그녀의 대학생 시절도 참 독특했는데, 도심에서는 전철로 45분쯤 떨어진, 역에서는 걸어서 1시간인 곳에 살았었다고 했다. 역에서 집까지 버스도 있지만, 전철보다 막차가 일러서 전철 막차 시간에 맞춰서 놀다가 들어가면 집까지 꼬박 1시간을 걸어갔어야 했다. 밤이고 1시간이나 걸어가야 해서 무섭기도 심심하기도 했지만 데리러 나올 사람도 없어서 대부분 혼자 돌아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혼자만의 룰을 정해서 돌아갔는데, 그게 첫번째 편의점에서부터 술을 한 캔 사서 다음 편의점까지 다 마신 후, 그 편의점에서 또 술을 사서 다음 편의점까지 가길 반복했다는 것이다. 편의점은 처음 40분은 충분한 간격으로 떨어져있어서 한 캔 다 마실 때쯤 딱 좋게 다음 편의점이 나왔단다. 남은 20분 동안은 편의점이 몰려있어서 급하게 다 마시고 다시 사야 했단다. 그렇게 도착한 집은 엘레베이터가 없어 난간을 겨우 붙잡고 올라갔다고 한다. 인생에서 농땡이를 피워본 적 없다는 그녀는 본인이 정한 룰도 어길 생각 없이 편의점이 보일 때마다 못본 척도 안 하고 술을 사마셨다.


그녀의 기발하고 엉뚱하고 배짱좋은 귀갓길이 너무나도 웃겨서 박수를 치며 웃었다. 그녀는 ‘소문내지 말아주세요’라고 했지만, ‘소문내고 싶은데요’라고 또 다시 웃었다.


2차는 노래방이었다. 회사에 노래방 30% 쿠폰이 한가득 놓여져있던 걸 진작 챙겨온 둘이었다. 그녀가 쿠폰을 얼른 찾지 못해서 내걸 꺼내 다녀왔다. 일본어로 번역된 빅뱅과 블랙핑크 노래를 부르고, 한국어로 번역된 눈의 꽃을 부르고, 쇼와의 노래도 부르고 히게단(오피셜히게단디즘, 일본 남성 밴드 이름) 노래가 멋있다며 잘 모르는 히게단 노래까지 불렀다.


막차를 2분 남겨두고 역 입구 앞에서 헤어졌다.


평범하디 평범한 일본 직장인의 밤. 독신 외국인 직원으로서는 이런 시간들이 귀하고 소중하다. 노미카이(회식)가 너무 많아도 피곤하고 지치긴 하지만, 일본 회사에서도 친한 사람이 생겼다고 느낄 수 있는, 밀도 높은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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