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2월 29일 생일인 직원이 있다. 그러니까 생일이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사람이다(?). 그래서 회사에선 농담조로 아직 8살이라고 놀리곤 한다. 아직 미성년자인 거 아니냐며, 회사에서 일해도 되는 거냐며, 이 회사 완전 블랙기업이잖아?하며 장난치곤 한다. 뭐, 재미없을 수도 있지만 일본식 농담이다.
그의 생일은 한번씩 대화 주제에 오른다. 회사 사람들이랑 매일 같이 점심을 먹는데(일본 회사 중에서 특수하다고 할 수 있는 분위기), 누군가의 생일이 다가올 때나 선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2월 29일 생일자인 그를 츳코미(突っ込み, 장난을 거는 것) 안 할 수가 없다.
얘기를 들어보자니 부모님도 철저히 양력 2월 29일이 있는 해만 생일 선물을 줬다고 한다. 대신 크리스마스 선물을 꼭 챙기거나, 2월 29일이 돌아오면 4년치를 챙기는 등으로 다른 형태로 보상은 있었다고 한다. 한국은 음력 생일(거의 안 챙기지만)도 있으니 이런 경우라면 충분히 음력으로 생일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음력 생일을 매해 확인하는 것이 번거로우면, 2월 28일이나 3월 1일을 생일처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월 29일 생일자의 생일 챙기는 법에, 오전에 태어났으면 2월 28일을, 오후에 태어났으면 3월 1일을 생일로 보고 챙긴다는 게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들 생일을 4년에 한 번만 챙겼다는 게 몇 번을 들어도 납득이 안 갔다. 회사 사람들끼리 장난으로 '일부러 그날에 낳으신 거 아니에요?'라고 웃으며 말해본다. 이 직원도 그런 것 같다며 덤덤하게 받아친다.
다른 직원은 어릴적 생일 선물 금액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더 비싼 걸 받기 위해서는 1년은 선물을 안 받고 참아야 했다고 했다. 부잣집에서 얼마든지 생일 선물을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면, 그리고 자식의 경제관념을 잘 심어주기 위해서라면 금액에 제한을 두는 건 당연히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것도 아니고 생일 선물이니 한번쯤 져주거나, 진짜 갖고 싶은 건 용돈을 모아서 사게끔 하거나 하면 좋을 것을, 생일선물을 1년 참게 하는 건 너무 철저하다 싶었다. 실제로 그녀는 어릴 때 마음대로 못샀던 기억 때문에 직장인이 되고 씀씀이가 헤퍼졌다고 한다.
이건 일본의 가족의 모습일까, 그저 지극히 특이한 집안들일까.
한국은 가족의 오지랖, 가족들 끝까지 챙겨하는 책임감 때문에 오히려 가족이 고통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좋지 않은 부모도 자식이라고 쉽게 연을 끊지 못하고, 힘들 때까 있으면 가족이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티비며 인터넷이며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일본에서 가족은 한국의 가족관계와는 다른 모습을 띠는 듯하다. 감사와 존중, 때로는 희생도 있지만 너의 인생과 나의 인생이 따로 있는 관계. 네 인생도 내 것이야, 라는 것보단 훨씬 건강하고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는 모르는 정情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늘 어렵다. 따뜻함과 정은 다르기 때문에.